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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부활하다

중앙일보 2012.02.20 00:34 종합 33면 지면보기
청야니가 19일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LPGA 투어 시즌 첫 우승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태국 AFP=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대만의 에이스가 태국에서 올해 LPGA 투어 판도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열대 정글 속에서 치러진 쫓고 쫓기는 레이스의 승리자는 세계 랭킹 1위 청야니(23·대만)였다.


LPGA 혼다 3위, 전성기 때 아이언샷 살아나
청야니 우승 … 신, 17번 홀 공동선두까지 추격

 청야니가 19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대회 2연패로 통산 13승째다. 최종 라운드를 13언더파 2위로 시작한 청야니는 마지막 날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미야자토 아이(27·일본)를 한 타 차로 따돌렸다. 끝까지 추격한 신지애(24·미래에셋)는 17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지난해 LPGA 투어 7승을 올릴 때 생글생글 여유를 부리던 청야니는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눈물을 흘릴 정도로 경기는 치열했다.



 청야니가 먼저 치고 나갔다. 칩인 이글로 첫 홀을 시작했고 8번 홀까지 5타를 줄였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미야자토를 3타 차로 밀어내 버렸다.



 그러나 9번 홀에서 2m 버디 퍼트를 앞두고 갤러리의 소음에 집중력을 잃어 버디에 실패했다. 10번 홀 티샷을 당겨 쳤다. 두 번째 샷이 디봇에 들어가자 청야니의 얼굴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긴 했지만 기분 나쁜 약 5m짜리 내리막 퍼트를 해야 했다. 청야니의 퍼트는 홀을 10m나 지나가 버렸다. 이날의 첫 보기를 했다.



신지애가 최종 4라운드 경기 도중 어프로치샷을 한 뒤 볼의 방향을 쫓고 있다. [태국 AP=연합뉴스]
 신지애가 버디를 잡으면서 한 타 차로 쫓아왔다. 이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청야니가 세계 랭킹 1위이기는 하지만 신지애에게는 무척 약했다. 2010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씨는 “아마추어 때부터 지애가 청야니와 여섯 번쯤 동반 경기해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미즈노 클래식에서 신지애는 청야니를 꺾고 우승했다. 청야니는 신지애가 우승한 대회에서 가장 많이 2위(3회)를 한 선수다. 타이거 우즈 공포증을 갖고 있던 어니 엘스도 우즈 우승 시 2위를 가장 많이 했다. 청야니는 마음 깊은 곳에서 신지애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가장 어려운 17번 홀에서 신지애가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가 됐다. 그러나 미야자토와 청야니도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마지막 홀에서 신지애는 5m 버디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홀 앞에서 휘어지면서 추격은 실패했다. 청야니는 18번 홀(파5)에서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더니 회심의 서드 샷을 날렸다. 홀 5㎝에 붙는 완벽한 샷이었다. 청야니는 공을 톡 건드려 버디를 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혼다 타일랜드는 한 해의 판도를 가늠하는 의미 있는 대회였다. 우승 울렁증이 있다고 평가되던 미야자토는 2010년 이 대회 마지막 날 9언더파를 치며 6타 차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5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가 됐다. 지난해엔 청야니가 5타 차 우승을 하고 역시 준우승 징크스를 끊어버렸다.



 2010년 미즈노 클래식 이후 부진했던 신지애에게도 좋은 신호다. 신지애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과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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