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Report] 그녀, 루이뷔통 사러 왜 증권사로 가나

중앙일보 2012.02.20 00:33 경제 4면 지면보기


“앞으로 10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확신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게 비즈니스의 세계다. 그런데 10년을 낙관했다. 구치 브랜드를 소유한 PPR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PPR그룹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2% 늘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불황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루이뷔통·불가리·펜디 등 6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지난해 4분기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럭셔리 명품 투자의 세계



 요즘 세계 시장에서 명품업체의 실적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덕으로 명품회사 주식만 오르는 게 아니다. 이들 업종에 투자한 펀드 등의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명품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50억 유로(약 208조원)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추정치다. 2010년보다 8% 증가했다. 1995년 770억 유로에 비해선 세 배가량 늘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14년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2210억 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명품 기업의 가치는 경기 흐름을 타지 않는다.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 불황에 강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라는 무형 가치는 제품 가격에 반영돼 다른 제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다. 지난해 LVMH는 1000원어치 팔아 200원을 이익으로 남겼다. 국내 거래소 상장기업은 보통 1000원을 팔아 70원을 남긴다. LVMH의 브랜드 가치는 232억 달러(인터브랜드 추정치)로 전체 매출의 8배에 이른다.



 명품 시장의 성장은 주가에 반영된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40여 개 럭셔리 기업을 모아 놓은 다우존스 럭셔리 지수는 44% 올랐다. 시장(다우지수)보다 22%포인트 더 상승했다.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프랑스 증시는 15% 떨어졌지만, PPR 그룹과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주가는 각각 45%, 180% 올랐다.



 6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주가는 2010년 이후 최근까지 60% 올랐다. 최고가 보석·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드 그룹은 같은 기간 56% 상승했다. ‘맥럭셔리(McLuxury)’의 대표 브랜드인 코치는 최근 1년간 40% 가까이 올랐다. 이들 기업에 대한 주식은 국내에서도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다. 증권사에 해외주식 거래 계좌를 열고 주문을 내면 된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를 위한 상품인 펀드도 ‘대박’을 내고 있다. ‘우리글로벌럭셔리펀드’는 올 들어 최근까지 15%의 수익을 거뒀다. LVMH·애플·크리스찬디올·리치몬드 등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럭셔리펀드’의 3년 수익률은 130%를 웃돈다. 이 운용사 이정숙 펀드매니저는 “소비의 양극화 패턴이 나타나면서 럭셔리 시장은 불황에도 성장하고 있다”며 “장기 투자한다면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명품 시장의 호황세를 이끄는 것은 신흥국, 특히 중국이다.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5억 유로다. 2010년 말(92억 유로)에 비해 25% 늘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13억 중국 인구 중 2억여 명이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명품 시장은 일본이 29%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27%)이 뒤를 빠르게 쫓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에 따라 중상류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백만장자(100만 달러·약 12억원) 수는 101만7000명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238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소비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도시 여성은 2006년 100만원을 벌어 절반을 소비했지만 지난해엔 63만원을 썼다. 중국에서 1000만 위안(약 17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의 평균 연령은 39세로, 미국·유럽 등(54세)에 비해 15살이나 적다. 명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명품 회사도 이런 가능성을 감안해 중국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LVMH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국가박물관에서 3개월간 루이뷔통 전시회를 열었다. 크리스찬디올은 지난해 중국 시장을 겨냥해 고급 시계 ‘디올 윗(8)’을 선보였다. 중국인들이 ‘8’을 좋아하는 심리를 공략한 제품이다.



 맥럭셔리로 대변되는 명품의 대중화도 명품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전반적인 소득의 증가로 소수 특권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명품 구입이 가능해졌다. 루이뷔통의 ‘스피디백’은 일명 ‘3초백’으로 불린다. 길을 걷다 보면 3초마다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예 코치·H&M 등 일부 브랜드는 ‘대중 명품(Accessible Luxury)’을 표방하고 나섰다. 루 프랑크푸르트 코치 CEO는 “우리 제품은 전통 명품 브랜드에 못지않은 품질을 가졌지만 가격은 저렴해 충분히 이들과 겨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맥럭셔리 제품보다는 오히려 ‘위버럭셔리(uber-luxury)’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위버럭셔리는 일반 명품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초고가 명품을 말한다. 수십억~수백억원을 가진 자산가들이 흔해진 명품 브랜드 대신 일반인은 감히 살 수 없는 고가에다 희소성 높은 브랜드를 찾는다. 웬만한 불황에도 이들 계층은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장은 “명품 브랜드에도 ‘피라미드 구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최근 명품 시장의 인기가 ‘광풍’ 수준으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토마스 메스민 슈브뢰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명품 시장의 폭발적 매출 성장세는 지속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미국 명품 보석업체 티파니는 부진한 연휴 실적에 올해 매출 전망을 낮추기도 했다.





맥럭셔리(McLuxury)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춘’이 ‘명품의 대중화’를 일컬어 칭한 말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제품과 가격대를 선보이면서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미국 코치가 대표적 브랜드다. 반면에 위버럭셔리(uber-luxury)는 ‘uber(최고의)’와 ‘luxury’를 합성한 말이다. 일반 명품의 가격을 뛰어넘는 초고가 명품을 말한다. 대표 브랜드로는 에르메스·브레게·카르티에·반클리프앤드아펠 등이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