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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토빈도 반대할 토빈세

중앙일보 2012.02.20 00:10 종합 37면 지면보기
베리 아이켄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
유럽 지도자들이 유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토빈세(tobin tax)다.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故) 제임스 토빈 박사가 금융거래에 대해 부과하자고 했던 세금이다. 40년쯤 지나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거래액의 0.01%(선물, 신용부도스와프 등의 파생상품)부터 0.1%(주식)까지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의 병을 치료하는 데 금융거래세가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명확하지 않다. 집행위에 따르면 EU 회원국 전체에 부과되더라도 연간 세수는 500억 유로(약 657억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유로존의 부채나 재정적자 규모에 비하면 너무 미미한 액수다. 500억 유로라는 추산 자체도 지나치게 늘려 잡은 것이다.



 프랑스 단독으로 금융거래세를 부과한다면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겨갈 것이다. 유로존에서 금융거래세를 부과한다면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영국 런던으로 달려갈 것이다. EU 회원국 전체에서 금융거래세가 채택된다면 시장은 뉴욕이나 싱가포르로 이전될 것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거래가 일어난 장소와 관계없이 유럽 거주자라면 누구든 유럽에 세금을 내게 하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은행들 역시 고객이 그런 세금을 피할 수 있게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세무 당국과 금융공학자 중 어느 쪽이 이기겠는가.



 세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토빈세는 잘못된 선택이다. 토빈이 이 세금을 고안한 것은 세금 부담을 늘려 외환거래 의욕을 떨어뜨림으로써 투기적 공격을 받는 국가의 통화를 보호하고, 그 통화의 변동성을 완화해 안정성을 높여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유로존에 속하는 나라들은 공격당할 국가별 통화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통화동맹의 회원국들로서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만 갖고 있고, 그 환율은 매우 안정돼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토빈세 논리를 외환시장에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고자 한다. 그들은 금융거래에 대한 국제적 세금의 부과는 금융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리적으로는 취약한 주장이다. 거래세는 거래 위축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일부 투자자는 시장을 이탈할 것이다. 그들이 모든 사람이 팔 때 덩달아 팔지, 아니면 반대로 행동해 시장 변동성을 완화할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유럽의 비대한 금융부문을 줄여 보자는 생각일까. 그런 경우에도 토빈세는 잘못된 것이다. 유럽의 문제는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이거나 대마불구(大馬不救·too big to save)인 은행들이다. 토빈세는 그런 은행의 덩치를 줄이지 못한다. 오히려 증권거래를 위축시킴으로써 투자자의 펀드자금이 은행으로 들어가게 할 것이다. 은행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것이다.



 결국 유럽 지도자들이 토빈세에 매달리는 이유는 경제적이기보다 정치적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토빈세 카드로 4월 대통령 선거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싶어 한다. 경쟁자인 사회당이 오랫동안 요구한 것이 토빈세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런 사르코지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신 좀 더 강력하게 재정을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지지를 얻고 싶어 한다.



 토빈이 살아있다면 이런 목적의 토빈세 도입에 기분 좋을 리 만무하다. 토빈의 최대 관심은 늘 완전고용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토빈이라면 유럽의 정책 수립자들이 금융거래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대신 부서진 은행 시스템을 복원하며 성장에 시동을 거는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을 권고할 것이다.



베리 아이켄그린 미 버클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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