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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대로 된 사외이사로 금융권 거듭나야

중앙일보 2012.02.20 00:05 종합 38면 지면보기
금융권에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시도가 꿈틀대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국민연금공단에 사외이사 한 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노조도 우리사주조합을 앞세워 사외이사를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 금융회사의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CEO)나 최대주주가 직접 고른 인물들로 구성돼 단순한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반성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2년 전 신한금융 사태 때는 사외이사들이 파벌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되레 앞장서서 대리전(代理戰)을 펼쳤고, 저축은행 사태 때도 사외이사들이 화(禍)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인 없는 금융회사일수록 사외이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CEO와 최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했다면 수많은 비극을 미리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KT&G의 사외이사들은 2006년 칼 아이컨의 공격에 맞서 똘똘 뭉쳐 회사를 지켜냈다. 미국 GM이나 P&G의 경우 회사가 흔들릴 때마다 사외이사들 중에서 CEO를 뽑아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금융권의 사외이사들은 허울뿐이었다. 단 한번도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던 사실에서 입증된다.



 금융권 사외이사가 더 이상 정권 창출 공신(功臣)이나 퇴물 관료의 안식처가 돼선 안 된다. 더욱이 금융회사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온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CEO나 최대주주의 입김이 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형식적 승인을 거치는 현행법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나 노조가 자질 없는 인물을 추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자칫 연금사회주의나 노조의 경영간섭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사외이사는 기존 경영진과 무관한 제3자이면서, 회사 경영에 전문적인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사외이사들이 출현한다면야 누구라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줄 사외이사들로 금융권이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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