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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치 지망생들이 ‘영혼이 있는 스타’ 제러미 린에게 배울 것들

중앙일보 2012.02.20 00:00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깜빡 속을 뻔했다. 제러미 린과 제시 아이젠버그의 소설 같은 인연 말이다. 린은 최근 혜성처럼 등장해 뉴욕 닉스 팀의 7연승을 이끈 대만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다. 아이젠버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역할로 스타덤에 오른 유대계 배우 겸 희곡작가다. 사연인즉, 두 사람이 동문수학했으며 린은 아이젠버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를 구한 히어로라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을 타고 번진 이 스토리는 추적해 보니 정말 ‘소설’이었다. 그것도 15일 아이젠버그가 한 유명 문예 사이트에 직접 지어 올린. 그는 왜 이런 상상력을 발휘한 걸까.



 글의 말미에 단초가 있다. 아이젠버그는 린이야말로 진짜 유대인이라 주장한다. 영성(靈性)이 그렇다는 건데, 따라서 지금까지 늘 “유대인은 NBA에서 뛸 수 없어”란 말을 들어왔지만 이제 린이라는 진정한 ‘유대 농구 영웅’을 갖게 됐다고 선언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린을 숭배하며 자기동일시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 유대인과 동양인은 힘(brawn)보다 머리(brain)가 발달한 집단으로 여겨진다. 운동감각이 떨어지는 걸 당연시해왔다. 근데 그 통념의 벽을 린이 깬 거다. 키 작은 동양 남자, 그것도 대학농구 만년 하위 팀인 하버드대 공붓벌레 출신. 게다가 린은 기독교인으로서 신 앞의 복종을 유독 강조한다. 그런 성향마저 유대계와 꼭 닮았다.



 실제 린은 NBA에서 마이너리티의 집합체다. 불리한 조건들을 한 발 한 발, 엎어지고 넘어지며 극복해왔다. 대중이 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이다.



 더 매력적인 건 그의 캐릭터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의 크기로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경기 종료 직전 속임수로 자유투를 얻어내고, 승패가 걸린 3점슛을 보란 듯 성공시킨다. 놀라운 배짱이다. 18일 연승행진이 꺾인 뒤에는 트위터에 ‘실수로부터 배우겠다’는 글을 올려 또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말 후보선수로 전전하던 와중에는 코믹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끼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겸손한 데다 말솜씨까지 뛰어나다. 방송사에 광고회사, 출판사·영화사들까지 달려드는 건 당연지사다.



 선거철이다 보니 여기저기 자기 홍보에 열 올리는 분들이 많다. 미디어로부터 주목받는 법을 캐묻기도 한다. 스토리·캐릭터·성과의 3박자, 제러미 린이 답이다. 어떻게 잘 꾸며대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역사성이라는 게 있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으며, 변화·발전 없는 ‘3박자’는 속 빈 강정이다. 그러니 큰 꿈을 품었다면 첫 단추부터 잘 끼울 일이다. 화려한 이력을 쌓으란 말이 아니다. 자신을 움직여온 동력이 눈앞의 이득이 아닌 꿈·용기·비전임을 세월로써 증명해 보여야 한다. 완벽한 모델이 눈앞에 있다. 역시 제러미 린이 정답이다.



이나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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