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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하고 미 공관 들어간 왕리쥔, 백악관이 망명 거부?

중앙일보 2012.02.18 01:43 종합 2면 지면보기
중국 왕리쥔(王立軍·53) 충칭(重慶)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신청을 미국 백악관이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의회가 진실 규명에 나섰다. 미 행정부가 망명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불똥이 미국 정치권으로 튄 것이다.


시진핑 방미 의식해 “NO” 한 듯 … 미국 탐사보도 매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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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온라인 매체인 ‘프리비컨(Freebeacon.com)’은 최근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사건에 대해 국무부가 가능한 한 빨리 외교위에 보고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국무부에 17일까지 청두(成都) 미국 총영사관과 베이징(北京) 주재 미국대사관, 국무부 사이에 오간 모든 전문(케이블)과 메모, 공식·비공식 e-메일 등을 요구했다. 모든 과정을 샅샅이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외국에 있는 미국 외교공관을 찾아오는 망명 신청자들을 다루는 문서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프리비컨은 미 고위 관리들의 말과 중국 현지 보도를 종합해 사건의 전말을 비교적 상세히 재구성했다. 이에 따르면 왕 부시장은 지난 6일 오후 10시쯤 변장을 한 채 차량편으로 청두 총영사관에 들어갔다. 그는 도착하기 전 총영사관 측과 접촉해 미리 면담 허가를 받았다. 왕 부시장은 총영사관에서 피터 헤이먼드 총영사와 다른 영사 2명에게 보시라이(薄熙來·63) 충칭시 당서기의 부패와 범죄 연루, 반체제 인사에 대한 중국 경찰의 탄압 등을 설명했다. 왕 부시장이 영사관에 머무르는 동안 헤이먼드 총영사는 게리 로크(62) 주중 대사에게 연락했다. 로크 대사는 다시 국무부 고위 당국자에게 연락을 취해 왕 부시장을 보호해야 하며 영사관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시진핑(習近平·59)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의 고위 관리가 미국 영사관에 머무르는 것은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로크 대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로크 대사는 중국계다.



 미 고위 관리에 따르면 망명 신청이 거부된 뒤 로크 대사는 중국의 고위 지도부 관리를 접촉했다. 이 중국 관리는 국가안전부(MSS) 관리를 청두에 보내 왕 부시장을 데려오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 국가안전부 고위 인사는 영사관 내 시설로부터 왕 부시장을 호위해 나오다 왕 부시장을 체포하려는 한 충칭시 고위 관리와 심하게 다퉜다. 홍콩 언론들은 당시 이 영사관을 황치판(黃奇帆·60) 충칭시장이 지휘하는 경찰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보 서기를 대신해 충칭시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은 저우융캉(周永康·70) 정치국 상무위원(공안 담당)이다. 그러나 저우 상무위원은 베이징 공안당국이 보 서기를 추가로 조사하거나 체포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고 있다.



 향후 미 하원의 조사는 망명사건을 외교적·인권적 관점에서 잘 처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귀중한 정보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책임소재도 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조지 H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89년 중국 반체제 인사인 팡리즈(方勵之·76)와 그 가족이 주중 베이징 대사관으로 피신하자 이들을 13개월간 대사관에 머물게 하며 중국과 교섭 끝에 영국으로 출국시킨 바 있다.



 한편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보 서기와 황치판 시장은 16일 충칭에서 열린 ‘2012년 전시정법평안회의’에 나란히 불참했다고 홍콩 중국인권민주주의센터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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