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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 10권의 책 … 내가 선택한 책이 내 생각을 만든다

중앙일보 2012.02.18 00:39 종합 18면 지면보기


입학 시즌이다. 대학 신입생을 위한 책읽기 가이드를 마련했다. ‘새내기들이여, 이 책만은…’ 특집이다. 문학·역사·철학·자연과학·사회과학 5개 분야에서 각각 두 권씩 소개한다. 2000년 이후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책들 중에서 골랐다. 추천위원으로는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사·국사편찬위원장), 철학자 강신주 박사, 소설가 김연수씨,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기초과학연구원 초대원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대학 신입생을 위한 분야별 추천서 10권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하는 박성현(19)씨. 고교 때까진 정해진 교과서와 참고서로 공부하면 됐지만 대학에 들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수강할 과목부터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일도 그렇고 무엇보다 책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궁금증은 신입생 누구나 가져볼 만한 고민이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은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로 요약된다.



 중앙일보가 의뢰한 각 분야 전문가 5명이 ‘이 책부터 읽어보라’고 추천한 도서는 대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기초 교양을 쌓는 쪽으로 모아진다. 최근에 나온 책 가운데 고른 것도 그 때문이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대 대학교육 목표의 키워드는 창의성이다. 창의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사회과학 분야 책을 추천한 김호기 교수는 “아이디어 전쟁 시대다. 기업 운용과 정치, 문화 모든 방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세상”이라며 “창의성은 철학과 역사 같은 인문학적 교양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현실과 미래에 대한 관심도 게을리해선 안된다”며 “『구글드』라는 책을 통해 21세기 기업의 미래 변화를 전망해보고, 또 올해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25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의 과제를 성찰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양의 대명사는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역사를 수놓은 인류의 다양한 무늬를 되새겨보게 한다.



역사책을 추천한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고전을 되풀이해서 읽는 이유는 인류의 축적된 삶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라며 “최근 도서에서부터 독서에 대한 흥미를 점차 인문학 고전 전반으로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8세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김혈조 옮김, 전3권, 돌베개, 2009년)도 함께 추천했다.



 현대는 각종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시대이기도 하다. 자연과학 지식은 교양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같은 책을 통해 과학의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나아가 『이기적 유전자』 같은 책을 통해선 진화론과 생명의 본질 등에 대한 성찰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 원장은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현정준 옮김, 삼성출판사, 1990년)도 과학도서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라고 했다.



 대학 공부는 사고의 체계를 세우는 과정이다. 철학은 그 밑거름이다. 강신주 박사는 “철학은 개념과 논리를 통해 삶을 낯설게 성찰하는 방법”이라며 “『사고의 용어 사전』를 통해 철학에서 사용하는 각종 개념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일방통행로』에서는 철학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은 인문학의 꽃이다. 역사와 철학과 과학에 대한 모든 지식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소설가 김연수씨는 “『한밤의 아이들』을 통해 현대 소설의 모든 형식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사랑의 역사』에서는 영상매체에 뒤지지 않는 소설의 힘을 느껴볼 수 있다”며 “무궁무진한 독서 인생의 출발점을 소설로 부터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는 우주에 관한 담론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평행 우주』(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김영사, 2006년)도 읽어볼 것을 권했다.





전문가 5인의 이 책을 권하는 이유?



문학






『한밤의 아이들 1·2권』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2011년)



인도 현대사를 배경으로 역사와 개인이 충돌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현대 소설의 모든 형식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잘 읽힌다.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민음사, 2006년)



소설이 영상 매체에 밀린다는 비관론이 무색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구원을 얻고 고통을 이겨내는 게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준다.



김연수 소설가



역사



『조선사람의 세계여행』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음, 글항아리, 2011년)



15세기 초에서 일제강점기까지 한국인들이 어떻게 바깥 세계를 여행하거나 지식을 얻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역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됨을 보여준다.



『문명과 바다』 (주경철 지음, 산처럼, 2009년)



15세기 중국 정화의 동남아시아 원정,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의 동아시아로의 접근 등을 배경으로 근대가 만들어진 과정을 다룬다. 문명 변화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철학



『사고의 용어 사전』 (나카야마 겐 지음, 박양순 옮김, 북바이북, 2008년)



철학의 역사와 개념의 역사가 이처럼 멋지게 결합될 수도 있을까. 철학의 중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 개념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사유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일방통행로』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새물결, 2007)



사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사유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강력한 철학 에세이다. 독일 철학자 벤야민처럼 사유하고 글쓰기를 기대하며.



강신주 철학박사



자연과학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0년)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의 개념을 생명체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 단위로 바라보며, 진화론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 다각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살림, 2011년)



지구온난화, 미래에너지, 원자력 등 관련 사회 리더가 알아야 할 물리학 지식을 정리했다. 미국 UC버클리대에서 과학 전공이 아닌 학생을 위한 강의에 기초한 책이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기초과학연구원장)



사회과학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지음, 후마니타스, 2010년, 초판 2002년)



이 책의 제목은 한국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됐다. 올해는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25주년을 맞는다.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를 새롭게 탐색해보게 한다.



『구글드』 (켈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타임비즈, 2010년)



정보사회의 기수인 구글에 대한 심층 조사가 돋보인다. 기업의 인사·조직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는 구글을 통해 21세기 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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