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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내가 좋은 엄마일까?” 죄책감 벗어야 아이도 행복

중앙일보 2012.02.18 00:22 종합 20면 지면보기
한국의 엄마는 피곤하다. ‘아이의 성공=엄마의 성공’으로 여겨지는 문화적 모성을 강요 받기 때문이다.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엄마는 자신에게나 자녀에게, 사회에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격렬한 모성애가 가져온 비극을 그린 영화 ‘마더’(봉준호 감독)의 한 장면이다.


마더 쇼크

EBS 마더쇼크

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284쪽, 1만4800원




가끔 “왜 이제야…” 싶은 책을 만난다. 이 책이 그렇다. 모성은 엄마의 완전한 본능이고, 엄마가 꼭 지녀야 할 당연한 능력이란 믿음은 ‘신화’란다. 출산을 돕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모성행동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헌신과 희생’이란 모성의 키워드는 사회적 요구, 윤리나 종교적 가치에 의해 유도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모유수유. 요즘 그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야 없겠지만 모유수유가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라고 한다. 미래의 노동력이자 경제적 자원인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나는 왜 엄마인 것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지레 고민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엄마들은 더욱 고단하다. 부모· 자녀관계 전문가인 최성애 박사는 “한국의 엄마들은 ‘생물학적인 모성’에다 아이의 성공이 여자로서의 삶의 성공으로 평가받는 ‘문화적 모성’이란 압박에 시달린다”고 지적한다.



 실제 고려대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팀 등과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를 이용해 ‘동서양 모성 비교실험’을 해 본 결과 한국의 엄마들은 남들과 비교할 때 뇌반응이 두드러졌다. 그러니 아이가 100점을 받아와도 반에서 몇 명이나 100점을 받았는지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비교를 하니 아이들에게는 개입하고 자신은 스스로 다른 엄마들에 비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 안달하는 ‘완벽한 엄마’ 컴플렉스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완벽한 엄마’ 역시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영국에서 여성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완벽한 엄마로 보이고 싶어 다른 엄마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TV보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말이다.



 책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엮은 것이다. 심리학· 의학 등 전문가와 450 명의 엄마들이 참여해 설득력이 탄탄하고 흥미로운 조사결과도 많다. 그 중 ‘모성 회복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4개월간 진행된 이 워크숍 결과를 바탕으로 엄마와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나침반을 제공한다. ‘불필요한 죄책감을 벗어 던져라’ ‘아이를 신뢰하라’ 등 언뜻 진부한 조언을 흥미로우면서도 실제적으로 풀어간다.



 완벽한 엄마가 좋은 엄마가 아니란다. 아이를 사랑하고, 일관성 있는 양육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히 인정해 위기상황에서도 아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강조한다. 또한 ‘아이는 아빠와 함께 키우는 것’ ‘엄마의 역할은 경험으로 학습되는 것’이란 조언은 “무슨 엄마가 그래?” “세상에! 엄마가 그렇다니…”란 말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겐 큰 힘이 될 법하다. 무엇보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키운다는 결론이 마음에 와 닿는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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