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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창조적 아이디어는 지루하다 느낄 정도로 빈둥거릴 때 나온다”

중앙일보 2012.02.18 00:23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차준홍 기자]


대세는 ‘스마트(smart)’다. 스마트가 제일 잘나간다. 전화는 ‘당근’ 스마트폰이어야 하고, 텔레비전도 스마트TV가 ‘뉴 노멀(new normal)’이다. 스마트란 말이 붙어야 뭔가 있어 보이고, 세련돼 보인다. 최첨단이라는 느낌도 준다. 본래 영어 단어 스마트의 제1 어의(語義)는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뜻이다. 세련되고 멋지다는 뜻도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 의미가 진화하고 확장되면서 ‘전자제어 장치나 컴퓨터로 작동하는’이란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컴퓨터로 원격 조종되는 전자유도 무기는 스마트 웨펀(weapon)이고,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자동 관리되는 건물은 스마트 빌딩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에 스마트 스쿨이 선을 보였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의 성과가 망라된 ‘꿈의 학교’다. 정부 부처 공무원 자녀들이 주로 다닐 학교답다. 교실에는 72인치 전자칠판과 PC가 장착된 전자교탁, 무선안테나가 설치되고, 학생들에게는 태블릿 PC인 스마트 패드가 지급된다. 교사가 전자칠판에 쓴 내용은 스마트 패드에 실시간으로 뜨고, 학생이 스마트 패드에 적은 질문과 답안은 전자칠판에 자동 입력된다. 학생들은 스마트 패드만 들고 다니면 된다. 책가방이 필요 없다. 스마트 스쿨에서 공부하면 아이들도 스마트해질까.



 미국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는 발도르프 학교가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구글이나 애플 같은 IT 기업 종사자 자녀다. 이 학교에는 컴퓨터가 없다. 휴대전화나 아이패드도 못 갖고 다닌다. 대신 교실마다 백과사전이 있다. 이 학교 졸업생의 94%가 대학에 진학한다. 명문대에 들어가는 학생도 많다.



 인텔 내 ‘사용자 상호작용·경험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즈느비에브 벨(인류학) 박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뇌가 지루하다고 느낄 때 나온다”고 말한다. 창의성은 스마트함의 다른 말이다. 스마트해지길 원한다면 가끔씩 지루하다고 느낄 정도로 빈둥거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벨 박사는 늘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미리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만 e-메일을 확인하고, 집 안에 IT기기가 없는 공간을 만들고, 인터넷이 안 되는 곳으로 휴가를 떠날 것을 권한다.



 디지털 시대에 IT기기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은 문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이 중요하다. 디지로그다. 스마트폰도 좋고, 스마트 스쿨도 좋지만 적어도 주말에는 스마트한 세상과 담을 쌓고 ‘덤(dumb)’하게, 즉 ‘후지게’ 지내보는 것이 어떨까. 컴퓨터와 TV를 끄고 자녀들과 빈둥거리는 것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종이로 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진짜로 스마트해지길 원한다면 말이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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