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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스노보드, 금 따라 김호준

중앙일보 2012.02.18 00:16 종합 22면 지면보기
김호준이 15일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일반부 경기에서 점프해 왼손으로 데크를 잡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김호준은 35.30으로 2위에 올랐다. [대한체육회 제공]


스노보드 국가대표 김호준(22)은 하프파이프 부문 국내 1인자다. 국내 스노보드 종목 최초로 2009년 겨울 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을 따냈고,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는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설상종목 메달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꼽힌다. 김호준도 “2년 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소치·평창서 메달 노리는 하프파이프 국내 1인자



 도전정신과 승부욕이 그를 국내 최고 자리에 올려놨다. 스키용품점을 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여섯 살 때 처음 스노보드를 탄 김호준은 열 살 때부터 선수생활을 했다. 그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김호준이 하프파이프에 입문한 1990년대 한국은 스노보드 불모지였다. 지도자도 없고 자료도 태부족이었다. 인터넷 동영상과 책을 통해 홀로 기술을 익혔다. 김호준은 “당연히 혼자 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숱한 고난도 넘어서야 했다. 스노보드는 스키에 방해된다며 스키장에서 쫓겨나기도 부지기수였다. 점프하다 4m 높이에서 떨어져 발목과 양어깨를 다쳐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그래도 그는 다시 빙벽 위에 올랐고, 기어코 기술을 완성하곤 했다. 김호준은 “기술을 익히다 다치면 더 오기가 생긴다”고 했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수철 코치도 “호준이는 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근성을 칭찬했다.



 국내에서는 1년 내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해외 전지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지원하는 국가대표 해외전지훈련 기간은 90일까지다. 그래서 김호준은 연평균 3000만∼4000만원의 사비를 들인다. 부담되는 액수지만 국내 1인자가 아닌 세계 1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나마 김호준은 CJ의 후원을 받아 부담이 덜한 편이다.



 김호준은 지난해 2월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세계와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15일 무주에서 열린 2012 전국동계체전에서 경기장 환경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2006년부터 6년 연속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따낸 그는 이번 대회 은메달에 그쳤다. 김호준은 “익숙지 않은 높이에서 연습하다 발목을 삐었다. 실력을 50%밖에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김호준은 시설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스노보드는 반원형 빙벽을 타고 지그재그로 내려오며 다섯 차례 점프해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를 합산, 순위를 매긴다. 제대로 점프하려면 스피드를 올릴 수 있는 빙벽 높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는 국제기준(6.7m)보다 1.2m가 낮은 5.5m가 최고다. 전국대회도 다르지 않다. 국내 1인자인 김호준도 다른 높이에 적응하지 못해 국제대회에서 고생하곤 했다.



 “후배들은 나 같은 어려움 없이 좋은 시설에서 훈련했으면 한다. 김연아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훈련비를 지원받는 등 여건이 좋아져 기량이 급성장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려면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고 김호준은 말했다. 김수철 코치도 “하프파이프는 체격 조건이 중요한 설상 종목과 달리 작은 체구에 유연성이 좋은 동양인에게 이점이 많다.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다”고 강조했다.



무주=이형석 기자



김호준



▶ 생년월일 : 1990년 5월 1일



▶ 신체조건 : 1m75㎝·62㎏



▶ 학교 : 진부중-강원체고-한국체대(3학년)



▶ 주요 경력



2011년 월드컵 4위(중국)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본선 진출



2009년 겨울 유니버시아드 2위(중국)



2009년 내셔널 챔피언십 1위(스페인)



2008년 FIS컵 1위(스위스)



2006~2011년 전국동계체전 6년 연속 1위





◆하프파이프=스노보드의 세부 종목 중 하나로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듯한 반원통형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양쪽 벽을 오가며 공중회전이나 점프 등의 기술을 선보인다. 5명의 심판이 기본동작, 회전, 테크닉, 기술 난이도, 착지 등 5개 항목 점수를 합쳐 순위를 매긴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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