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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지방의회 유급 보좌관 필요한가

중앙일보 2012.02.18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서울시와 인천시 의회가 유급 보좌관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의원들의 일이 늘어 유급 보좌관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지방자치법상 근거가 없는 보좌관제를 만들어 예산을 쓰는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논리를 들어본다.



전문화·복잡화 환경 맞추려면 있어야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후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방분권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단체장의 권력 집중 심화로 귀결됐다. 오죽하면 ‘제왕적 단체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겠는가? 더구나 최근 3년 사이 중앙사무 1296건이 지방으로 이양돼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업무 자체가 대폭 증가했다. 지방의회 의정 환경 자체도 갈수록 전문화·복잡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장과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의 권한과 인적·물적 지원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원은 매년 교육청 예산을 포함해 국가 전체 예산(320조원)의 10%에 해당하는 31조원의 예산과 기금을 심의한다. 예·결산 심의 이외에도 연평균 450여 건에 해당하는 조례·승인·청원·의견청취 등의 안건들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 1만 6000명과 서울시교육청 공무원 6000여 명,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의 고급 인력이 수행하는 복잡다단한 행정업무를 서울시의원 114명만으로 면밀하게 들여다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의원 보좌관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대부분의 해외 대도시 지방의회에서도 의원 개인 보좌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뉴욕시의회는 3∼5명, LA의회는 7명, 대만은 4∼6명을 두고 있다.



 2004년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당시에도 국민 반대가 심했지만 실시 이후 전문성이 뛰어난 인재들이 대거 지방의회에 진출했다. 예를 들면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서울시의원 중에서 대졸 이상 의원의 비율이 80%에 육박한다. 보좌 인력 지원이 시작되면서도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6대 의회에서는 17%에 불과하던 의원 발의 조례가 보좌 인력의 지원이 이루어진 8대 의회 들어와서는 61%로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보좌 인력의 지원을 받은 의회의 철저한 감시를 통해 낭비성 예산 수천억원을 절감했다. 서울시 전체의 0.005%에 불과한 예산으로 이 정도 성과를 냈으니 공식적인 보좌관 제도가 도입되면 성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조례를 통한 제도 도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제정된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지방의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의원의 전문성 요소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보좌관 제도의 도입이기 때문에 특별법의 규정이 의원 보좌관 도입을 위한 조례 제정의 충분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보좌관 제도를 둘러싼 현재의 소모적인 논란을 명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의원 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명백한 직무유기 아닌가? 지방의원과 지방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18대 국회는 임기 내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주길 바란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법적 근거도 없이 왜 도입하나



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인천시와 서울시 의회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인 유급 보좌관 도입을 위한 예산안을 지난 10일과 13일 각각 재의결한 바 있다. 이러한 개인 유급 보좌관 도입 관련 논란은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인력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 유급 보좌관제 도입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법에 반영되어야 할 사항이다. 일부 시·도 의회의 법적 근거 없는 도입은 적절하지 않다.



 첫째, 대법원은 96년 서울시의 개인 유급 보좌관 도입 조례에 대해 지방의회 제도의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는 곧 법적 근거 없는 보좌관제 도입은 위법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부 시·도 의회는 20년이 지난 낡은 판결이라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면서 법적 근거 없이 개인 유급 보좌관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둘째, 개인 유급 보좌관 도입은 필연적으로 지자체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유발한다. 의원 개인별로 1인씩(광역 5급, 기초 6급 기준) 유급 보좌관을 둘 경우 총 3700명에 인건비만 연간 134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뿐만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면서 유급 보좌관 증원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셋째, 의회 사무처 내에 전문위원 등 의정활동 지원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개인 유급 보좌관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많다. 서울시의 경우 114명의 의원 보좌를 위해 이미 251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나은 대안일 수 있다.



 넷째, 개인 유급 보좌관제 도입은 지방의원의 지위와 역할·신분·처우 등 지방의회, 나아가서 지방자치의 기본 틀을 바꾸는 중대한 변경이므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91년 도입된 지방의회는 다수의 무보수 명예직 의원을 근간으로 하는 ‘대(大)의회제’로 출발했으나, 2006년 이러한 틀을 그대로 둔 채 월정수당 도입 등 유급제를 도입한 바 있다. 따라서 유급 보좌관제 도입 시 ‘소(小)의회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대의회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와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뉴욕시(서울시 예산의 약 3.4배, 공무원의 약 6배)의 경우 서울시 의원의 절반 수준인 51명의 시의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집행부의 낭비와 비효율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강화할 필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효율적인 지방의회를 구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지방자치제도 재설계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합리적 개선방안을 지방자치법에 반영하는 것이 정도(正道)인 것이다.



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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