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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김수환 추기경 선종』 등 3권 펴내

중앙일보 2012.02.16 00:33 종합 22면 지면보기
2009년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려는 긴 행렬이 장례기간 동안 연일 명동성당을 둘러쌌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보고서에는 추기경의 일생부터 이러한 추모 열기까지 담겼다. [중앙포토]


2009년 2월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에는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 전국의 참배객만 200만 명, TV로 생중계된 장례절차의 통합 시청률은 19%를 넘어섰다. 나라의 큰어른을 보내는 과정을 민속학자가 기록한 현대판 장례의궤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발간했다.

김수환 추기경 50일간의 장례 과정
천주교에 녹아든 전통 문화 보여줘



 『김수환 추기경 선종』은 5일장부터 추모 미사까지 50일간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다. 추기경의 장례는 천주교 문화와 한국의 전통 상례문화가 융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염습(斂襲) 과정에서 향탕을 준비해 시신을 닦는 것이나, 제의를 입히고 다시 염포(斂布)로 묶으며 시신을 관에 넣은 뒤 빈 곳을 채우는 보공(補空)은 한국식이다. 명정(銘旌·고인의 표시를 한 붉은 깃발)을 관 위에 덮는 것도 한국의 뿌리 깊은 전통이다. 명정엔 본래 벼슬과 본관, 성명을 쓰게 되어있으나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樞機卿光山金公壽煥(추기경광산김공수환)스테파노之柩(지구)’로 세례명을 더했다. 삼우제 미사를 묘지에서 행한 것, 추모 미사를 49재에 해당하는 날짜에 맞춰 연 것도 한국적 관습이 반영된 사례다.



 천주교가 처음부터 지역의 풍습을 인정한 건 아니었다.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는 유교문화권의 상장례를 금지하는 회칙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에서 천주교 박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각 지역의 풍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긴 천주교의 『장례예식서』가 공포된 건 1969년이다. 이에 따라 한국 주교단도 절과 분향, 음식을 차리는 것 등을 허용해 오늘에 이르렀다.



 박물관 측은 한국 전통의 삼년상 과정을 기록한 『소운(召雲) 김시인 삼년상』 『화재(華齋) 이우섭 삼년상』도 함께 내놨다. 한국식 삼년상의 전 과정을 최초로 기록한 보고서다. 2008년 별세한 소운 김시인의 삼년상은 유교적 절차에 따라 19개 절차를 밟으면서도 날을 잡아 행하는 의례는 휴일로 맞춰 후손들이 참석하기 쉽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2007년 15일장으로 치러진 화재 이우섭의 상례는 자손들이 교과서적인 삼년상을 치러 화제가 됐다. 맏상주는 사업을 접고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부친의 산소에 성묘를 했고, 둘째아들은 수염과 머리를 자르지 않고 3년을 보냈다. 깨끗하던 상주의 베옷은 점차 허름해지고 마침내 곰팡이까지 피어 삼 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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