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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조폭, 국내 프로경기 조작 의혹

중앙일보 2012.02.15 03: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중국·대만의 폭력조직이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뻗친 뒤 경기조작에도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승부조작에 국제적인 불법 자금까지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현지 스포츠 에이전트
“3년 전 중국·대만서 승부 조작
대대적 수사 피해 한국 진출”

 프로 스포츠계의 한 소식통은 14일 “2008년부터 중국·대만에서 스포츠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면서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을 주도했던 현지 폭력조직들이 한국과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사실을 대만의 한 스포츠 에이전트로부터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국 프로축구는 2008~2009년 승부조작 사건이 밝혀진 뒤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주모자였던 당시 중국축구협회 부회장은 지금도 수감 중이다. 대만은 2009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선수·지도자 34명이 조사를 받고 프로야구 구단이 6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소식통은 “중국계 폭력조직은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09~2010년부터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높은 배당률을 미끼로 회원을 유치했다”고 전했다. 2009~2010년은 국내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급증한 시기다. 스포츠 토토 신고센터에 따르면 2007년 40건이던 불법 사이트 신고 건수는 2008년 976건, 2009년 5395건, 2010년 7951건으로 늘었다.



 대다수 야구 관계자는 “야구는 승부조작이 어려운 경기”라는 입장이다. 배재후 프로야구 롯데 단장은 “선수 1~2명을 매수한다고 해서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들은 홈런 유무, 3이닝까지 리드, 첫 타자 볼넷 여부 등 다양한 베팅 종목을 운영하고 있다. 소식통은 “사설 스포츠 도박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베팅 종목 세분화는 최근의 일이다. 중국이나 대만의 운영 노하우가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프로야구의 승부조작은 교묘하게 이뤄진다. 우선 ‘바지’를 고용해 계좌를 개설한다. 그 뒤 승부 또는 경기를 조작할 ‘숙주(선수)’를 포섭한다. 은퇴 선수나 야구 관계자, 에이전트 등을 통해 친분관계를 만들고 향응을 제공해 약점을 잡는다. 포섭이 여의치 않으면 가족을 위협하는 수법도 쓴다. 회원 모집은 점조직 방식이다. 소식통은 “IT 환경이 좋은 한국에서는 개인 스포츠 중계를 이용해 베팅에 관한 정보를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합법 카지노나 복권 등은 참여 인원이 많기 때문에 운영 주체는 낮은 승률로도 많은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참여자가 적은 사설 사이트는 승률을 높이기 위해 ‘조작’이 필수적이다. 소식통은 “스포츠 도박에는 ‘소스비’라는 게 있다. 조직은 특정 회원에게 ‘확실한 정보’가 있다며 고액 베팅을 유도한 뒤 정보비를 받는다. 일부는 거짓 정보지만 일부는 경기 조작을 전제로 한 실제 정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서부지검에 적발된 매출액 360억원 규모의 사설 도박사이트는 중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됐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중국계 폭력조직의 국내 스포츠 도박 시장 개입 정황은 2008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몇몇 행동대원이 체포된 적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거래 규모는 연간 3조4000억∼3조7000억원(2010년 기준) 규모로 추산된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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