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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극장 쇄국정책 … 한류 겨냥했나

중앙일보 2012.02.15 02:09 종합 2면 지면보기
중국이 TV 황금시간대(오후 7~10시)에 외국 드라마와 영화 방영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한 해 1500여만 달러(2010년 기준)에 이르는 한국 드라마의 대중(對中) 수출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14일 신화통신은 국가라디오·영화·텔레비전총국(약칭 광전총국·廣電總局)이 지난 9일 각 TV 방송국에 ‘외국 영화·드라마 관리 강화 방안에 관한 통지’를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청률이 가장 높은 오후 7∼10시 시간대엔 외국 드라마와 영화를 일절 방영할 수 없다. 매일 드라마·영화 편성에서 외국산의 비중도 4분의 1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광전총국은 국무원 산하 직속기구로서 국내 영상미디어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역방송을 포함한 중국 전역에 적용되며, 위반 시 엄중 처벌된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산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타깃은 한류 콘텐트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 드라마 수출은 2010년 1519만9000달러(약 170억원)로 전년 대비 172%나 급증했다. 1997년 ‘사랑이 뭐길래’가 불을 댕긴 한국드라마 붐은 2005년 ‘대장금’이 그해 최고 시청률 9%(동시간대 평균 3%)를 기록하면서 수직 상승했다. 최근에도 ‘가을동화’ 등이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08년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중앙방송(CC-TV) 드라마 채널에서 주요 시간대에 방송하는 작품이 한국산 일색이라고 성토해 신문기사로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실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서로 공식화됐다 뿐이지 최근 중국 TV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새 지침이 실질적으론 이미 반영돼 왔다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창식(김종학 프로덕션 대표) 협회장은 “그동안에도 한국 드라마 방영 조건으로 주·조연에 중국 배우가 3~4명 포함될 것과 중국 촬영분이 있을 것 등을 내세워 왔다”며 “규제가 심한 나라에서 올 것이 왔을 뿐”이라고 했다.

 업계는 공동제작 형태로 중국에 우회 진출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하는 ‘풀하우스2’는 중국 자본을 30% 투자받고, 전체 20부작 중 2~3부 정도를 중국 로케이션으로 찍고 있다. 중국 방송국이 제작하는 드라마에 한류 배우가 출연하거나 국내 프로듀서·작가·스태프가 현지 제작에 합류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영일 정책연구원은 “중국에 완성품을 수출하는 데는 규제가 많기 때문에 양국 합작을 통해 자국산으로 인정받는 게 차선책으로 보인다”며 “채널 간 유대와 공동위원회 등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도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이 미디어콘텐트산업에서도 ‘대국굴기(大國<5D1B>起·대국으로 우뚝 일어섬)’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문화산업은 2004년 이후 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 도시 인구가 문화오락 상품에 쓴 돈은 총 2조 위안(약 357조원)을 넘어섰다. ‘미디어=프로파간다(선전)’로 규정해온 중국 정부는 시장 확대와 함께 콘텐트 통제도 강화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사회주의 문화 대발전’을 주제로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7기6중전회)를 개최한 이후 TV를 포함한 각 문화 분야에서 보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올 초 주요 TV 황금시간대에서 오락 프로그램을 다수 없애고 뉴스·경제·문화·법률 등 교양 프로그램으로 대체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다. 공산당 기관지인 ‘추스(求是)’는 신년호에서 “(서방) 적대 세력들이 중국의 서방화와 분리를 획책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중국에 (서방)문화를 침투시키려 한다. 이에 대한 방어와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은 안방 문은 걸어 잠그면서 해외 콘텐트 수출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문화상품의 수출액은 187억 달러로서 전년 대비 22.2% 성장했다. CC-TV는 미국 워싱턴에까지 진출했다. CC-TV 아메리카를 통해 매일 4시간 방송을 내보내 중화문화의 국제 영향력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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