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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교회 철탑 … 안양 104개 없앤다

중앙일보 2012.02.15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주택가 건물 옥상의 교회 십자가 철탑이 주민 수면권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안양시는 철탑 100여 개를 철거하고 야간 점등 제한을 권고하기로 했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의 한 주택가에 있는 5층짜리 건물 옥상. 한 귀퉁이에 높이가 10m쯤 되는 원뿔 모양의 교회 철탑이 서 있다. 이 건물에 세 들어 있는 한 개척교회가 10여 년 전에 세운 것이다. 곳곳이 녹슬고 새끼손가락만 한 나사 몇 개로 고정해 강풍이 불면 금세 쓰러질 듯 위태롭다. 보수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8)씨는 “태풍이 올 때마다 철거하든지 보수하자고 얘기를 하는데 교회 측이 알았다고만 하고 조치를 하지 않는다. 철탑만 보면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풍에 무너질 위험 있어
올해 안에 철거·정비 계획
수면 방해 야간조명도 제한



 수원시 권선구의 한 대형 교회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김성환(38)씨도 교회 철탑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7층에 사는 그의 집 베란다 바로 앞에는 교회에서 세운 십자가탑이 있다. 밤마다 붉게 빛나는 십자가를 보는 게 큰 곤욕이다. 김씨는 “겨울에는 커튼으로 가리면 그만이지만 여름에는 십자가 조명이 집 안으로 스며들어 정신이 혼미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교회에 민원을 넣었지만 번번이 무시당해 몇 년째 달라진 게 없다.



 주택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가 철탑이 주민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십자가가 있는’ 도시 풍경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밤을 붉게 물들이는 네온 조명의 십자가를 한국의 가장 독특한 풍경으로 꼽는다. 그러나 불법으로 설치된 상당수 교회 철탑은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당수는 낡거나 법적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2009년 12월 안양시 갈산동의 한 교회 철탑이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무너졌다. 이듬해 9월 태풍 곤파스가 덮쳤을 때도 안양 지역에서 여러 개의 철탑이 무너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언제든 사람을 해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는 셈이다.



 급기야 안양시가 교회 철탑 정비에 나섰다. 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안양에 있는 교회 555곳 중 409곳이 건물 옥상에 철탑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안전한 시설은 305개였다. 나머지 104곳은 재난에 취약하거나 건축법 규정에도 맞지 않았다. 시는 예산 1억원을 들여 위험시설물로 분류된 옥상 철탑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다음 달 30여 개를 우선 철거하고 연내에 100여 개를 철거하거나 정비할 계획이다.



 또 교회 철탑의 야간 조명을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켜도록 하기로 했다. 지자체 중에서는 첫 시도다. 그러나 강제로 실시하는 건 아니다. 종교시설의 야간조명 점등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대신 교회연합회와 협의해 모든 교회에 점등 제한 조치를 권고하기로 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만큼 시민들의 수면권도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기본적 생활권”이라며 “그러나 자칫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교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양=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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