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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틀거나, 배꼽 빼놓거나 … 시트콤은 진화 중

중앙일보 2012.02.15 00:48 종합 26면 지면보기
지난달 시작한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SBS)’은 코믹 액션 추리극을 표방한 시트콤이다. 얼떨결에 점집 도사를 사칭하게 된 좀도둑 선달(오달수)이 야쿠르트 아줌마로 변장한 장면.
# 청담동 사모님 혜자(김혜자)에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부잣집 마나님 행세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초라하기 때문. 그런 그녀가 네일숍에 처음 갔다. 금세 몇만 원이 지갑에서 빠져나간다. 매니큐어가 벗겨질까 전전긍긍하는 혜자의 모습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참, 애잔하다. (JTBC 일일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하이킥’‘청담동 살아요’에 이어 ‘도롱뇽 … ’‘선녀가 필요해’ 경쟁

 # 2인조 좀도둑 선달(오달수)과 원삼(임원희)은 도롱뇽 도사의 점집을 털다 우연히 도사를 사칭하게 된다. 그리고 천재 해커 민혁(최민호)은 이들을 이용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로 결심한다. 원수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그가 도롱뇽 문신을 했다는 것. 복수는 꼬여만 가는데…. (SBS 금요시트콤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



 고단한 시대를 웃음으로 달래주자는 것일까. 방송가에 시트콤이 풍성하다. 지난해 하반기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MBC)’, ‘청담동 살아요(JTBC)’가 나온 데 이어 올 1월에는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SBS)’이 선보였다. KBS에서도 차인표·황우슬혜 등 톱스타를 투입한 ‘선녀가 필요해’를 27일 첫 방송한다. 여타 케이블도 시트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침체를 겪었던 시트콤 시장에 오랜만에 도는 활기다.



 요즘 시트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팍팍한 일상을 고스란히 녹여내 공감을 끌어내거나, 판타지·추리 등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번잡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



‘청담동 살아요(JTBC)’에서 김혜자네 하숙집에 얹혀사는 꽃미남 백수 현우(김현우).
 ◆현실풍자의 흡인력=‘청담동 살아요’는 김석윤 PD가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상류층의 모습을 까발릴 것”이라 말한 그대로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두고 트집을 잡지만, 이탈리아어로 설명해주면 3분 요리도 맛있게 먹는 ‘사모님’들의 허위의식. 그 속에서 혜자는 돈 있는 척을 하다가 우울해지기 일쑤다. 주로 젊은층에 제한됐던 시트콤의 시청자를 중·장년층까지 넓혔다는 평가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은 ‘88만원 세대’ ‘경제력 없는 가장’을 직시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내리 떨어져 결국 사랑을 포기한 청년 백수 고영욱을 볼 때, 시청자들은 웃어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 “진한 웃음은 진한 비애와 통한다”는 김병욱 PD의 생각이 통한 셈이다.



 4일 시작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MBC에브리원)도 마찬가지다. 영화감독 윤성호가 만들어내는 이 시트콤은 화려한 연예계에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비애에 초점을 맞춘다.



 ◆공상·추리의 즐거움=판타지·추리 같은 장르적 요소를 활용해 웃음을 주는 시트콤도 많다. ‘뱀파이어 아이돌(MBN)’은 말 그대로 판타지다. 태양계에서 410광년 떨어진 행성. 뱀파이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곳에 한류 바람이 덮쳤다. 시트콤은 행성의 왕자가 한류에 빠져 벌어지는 소동을 생기 넘치게 그려낸다.



 ‘선녀가 필요해’는 ‘안녕, 프란체스카’를 집필한 고 신정구 작가가 기획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잠시 땅으로 내려온 선녀 모녀가 날개옷을 잃어버리며 시작된다. 신광호 작가는 “선녀 채화(황우슬혜)는 엉뚱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다. ‘선녀’라는 설정을 통해 외부인이 바라보는 우리 현실을 그려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가 5년 만에 내놓은 시트콤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은 추리적 요소를 가미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시트콤은 ‘개그콘서트’ ‘코미디 빅 리그’ 등 인기 개그 스탠딩쇼에서는 시도를 할 수 없는 긴 호흡으로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웃음으로 감싸 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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