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나현 전성시대

중앙일보 2012.02.15 00:19 경제 12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10보(115~134)=백△로 중앙 두 점마저 잡으면서 나현 초단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에 젖어 든다. 마주 앉은 쿵제 9단은 바둑판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오늘은 망신수가 있는 날’이라 체념하고 있을까. 불리하면 투지가 샘솟는 법인데 지금처럼 까마득한 후배에게 몰리면 이상하게도 투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기구한 처지에 머리만 멍해진다.



 나현의 122가 이 판의 클라이맥스다. 크게 불리한 쿵제는 ‘참고도 1’ 흑1로 눈감고 젖히고 싶지만 백2를 당하면 안 되는 게 너무 뻔하다. 흑7로 하변은 살아도 8, 10으로 중앙 대마가 함몰한다. 이 한판에서는 이 무렵이 나현의 전성시대다. 바둑은 많이 유리해서 덤 없이도 해볼 만한 정도인데 걱정거리는 하나도 없다. 반대로 대고수 쿵제는 뜨끈뜨끈한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지옥을 헤매고 있다. 131은 선수. 그러나 132가 놓이면 133의 수비가 불가피하다(‘참고도 2’의 백1~5까지 절단하는 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A에 백 돌이 없으면 흑6으로 오히려 백이 걸려든다).



 선수를 잡은 나현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일만 남았다. 하나 다 끝난 줄 알았던 이 판이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