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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한국의 ‘아쇼카 펠로우’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2012.02.15 00:16 경제 12면 지면보기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1981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 ‘아쇼카재단’을 창업한 빌 드레이튼(69)이 2010년 6월 초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고려대에서 그와 대담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라고 불리면서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사회적 기업가의 롤 모델이자 매년 3500만 달러 이상의 기부 모금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 3000여 명에 이르는 ‘아쇼카 펠로우’를 이끌고 있는 그에게 이제야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아쇼카재단의 노하우, 대기업의 참여방법, 교육과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 등을 묻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앞으로 한 국가나 사회의 성공 잣대는 ‘체인지 메이커(변화의 창출자)’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고, 사회적 기업가가 바로 체인지 메이커이므로 아이들을 체인지 메이커가 되도록 키워내지 못하면 승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병원을 만들고 학교를 짓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사회적 기업가로 키우는 일이 이제 더 중요해졌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는 좋은 일을 하며 돈을 벌겠다는 것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혁신 정신은 그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빈민을 돕는 일에서도 더 효과적인 방법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서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사회복지 제안들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하면서 기업은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서 소외된 빈민층을 새롭게 해석해 기업 본연의 기술 혁신과 경영 효율성을 도입함으로써 빈곤층의 삶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영리기업의 사회 참여를 통한 사업 기회 모색에 창조성의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상생적으로 파악하고 사회적 책임을 사업전략과 통합해 봐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런 변화 속에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후반 경기침체와 복지정책이 축소되기 시작했을 때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주로 자선활동으로 실천해온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대과제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와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얼마 전에 발표된 가칭 ‘안철수재단’의 설립 계획을 보면 창의적·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방향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부자와 수혜자가 서로 돕는 ‘수평적 나눔의 실천’을 핵심 운영원리로 내세우고 있다. 사회적으로 편중된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는 시급한 중점사업으로 일자리 문제, 소외계층 교육, 세대 간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수혜자가 참여하는 기부문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손쉬운 기부, 다른 공익재단과의 협력 등을 지향하고 있다. 설립단계에서부터 큰 주목을 받아오면서 발표한 위 내용에서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즉 오랫동안 ‘잡은 고기’를 주고받는 일에 익숙했던 우리의 사회공헌 활동도 이제 ‘고기 잡는 방법’을 주고받는 일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사회처럼 한국의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투자활동까지도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우리의 사회적 기업 육성법은 2007년 7월에 공표, 2010년 5월에 보완되면서 650개의 인증 사회적 기업과 1300여 개의 예비 사회적 기업이 등록돼 있으나 척박한 사회적 기업 생태계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에는 체인지 메이커를 격려하는 문화, 사회문제에 대한 변화의 시도가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문화,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의 도전과 시행착오가 격려받는 문화가 핵심 요소라는 빌 드레이튼의 말을 되새겨 보면 현재 우리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위한 문화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을 체인지 메이커로 키우기 위해 500여 명의 ‘아쇼카 펠로우’를 아동교육에 전념시키고 있는 그는 대담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기업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다만 이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제 한국 최초의 ‘아쇼카 펠로우’를 기다려 본다.



신헌철 SK미소금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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