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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진핑은 모험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2.02.15 00:07 종합 32면 지면보기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한국은 이제 진정한 글로벌 파워로 올라섰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지정학적인 문제와 항상 싸워야 한다. 강대국 사이에 끼여 새우등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새우등 신세가 된다는 것은 한국이 지역의 양대 강국, 즉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에 개입되는 일을 가리킨다. 새우등 신세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용어였던 ‘전략적 균형자’에 반영돼 있다. 당시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과 이웃나라인 중국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취하겠다고 하면서 이 같은 용어를 내놨다. 사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러한 불안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촉구했다.



 미국·중국과 비교하면 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모두 작은 국가다. 그래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래 싸움에 등이 터져 나가는 새우 신세가 될까’하는 불안감이 있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들의 경우 외교 정책의 핵심은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교역 관계, 그리고 미국과의 강력한 정치적·전략적 관계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에 그렇게 큰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시 부주석은 올가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 임기를 마치게 되면 공산당 총서기직을 승계하고 내년 봄 국가주석직도 물려받게 된다. 58세의 시 부주석은 태자당 계열의 인물로, 앞으로 딱딱하고 따분한 후 주석과 비교해 새롭고 강력하며 활기찬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중국의 차기 지도자와 의논할 수많은 정책 이슈가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보이고 있는 공격적인 태도가 그 가운데 하나다. 워싱턴은 인민해방군을 동아시아 지역의 지배적인 군사력으로 키우려는 중국에 더욱 큰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다. 미 정부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시리아에 대한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비토한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 미국은 이란은 물론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시 부주석과 더 큰 협력을 추구할 것이다.



 경제 이슈도 많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본적인 규칙과 기준에 대해 ‘계속 삐딱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미국의 핵심적인 관심사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와 지적재산권 침해, 그리고 위안화의 인위적인 저평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 행정부의 공공연한 아시아 중심축 역할 자처, 대만에 대한 지속적인 무기판매, 달라이 라마 지지, 그리고 재정적자 확대 문제를 거론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렇게 많은 현안 때문에 새로 개막될 시진핑 체제에서 미·중 관계가 어려운 출발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실 양측이 현안에 각자의 불만사항을 붙여 조목조목 따진다면 서로 듣지는 않고 말만 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대화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다. 비록 시 부주석과 오바마 대통령 사이에 수많은 이슈가 거론되겠지만 사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은 서로 상대를 더 잘 알자는 데 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서로 잘 알아두는 것은 개인 관계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오바마의 중국에 대한 접근은 매우 아시아적이다.



 이런 접근은 매우 실용적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한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 각자의 나라에서 정책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은 항공모함의 방향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양 국가에서 대통령이나 국가주석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쏟는 이슈에서는 변화가 아주 신속히 이뤄진다.



 양국 관료들은 최고 지도자로부터 내려오는 새로운 기획에는 아주 신속하게 움직인다. 미국이 중국의 어떤 변화를 이뤄내려면 차기 지도자와의 개인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과정은 지난해 여름 조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작됐고, 이번엔 시 부주석의 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이 시 부주석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할까. 오바마는 (연임이 가능하다면) 시 부주석을 설득할 것인가. 중국의 새 지도자는 전임자들과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인가. 서방의 요구에 절반이라도 응해줄 것인가.



 지금 이런 물음에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서방 언론들은 시 부주석이 활기차며 대담하기까지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언론들은 시 부주석이 중국을 인권침해국으로 지목한 미국 같은 나라를 비판할 때 대놓고 힐난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예로 든다. 서방은 이런 분위기가 미·중 양국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꿈에 그칠 수 있다. 시 부주석은 권력 승계 예정자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힐 수 있겠지만, 일단 최고지도자가 되면 그렇게 대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권력층 자제로 태어났지만 문화대혁명을 직접 겪었다. 그 때문에 이를 겪은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신중한 행동을 선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치 시스템의 보수적인 틀에서는 새로운 게 나온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내년 미·중 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가 중국의 차기 지도자를 불러 미리 살펴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얼마나 더 어려울지를 한번 생각해보자. 이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미국을 신뢰해야 한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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