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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난세(2)

중앙일보 2012.02.15 00:02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덕일
역사평론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난세는 특히 야심가들에게 바라 마지 않는 기회다. 조조(曹操)가 그런 인물이다. 『후한서(後漢書)』 ‘허소열전(許?列傳)’에 따르면 허소가 조조에게 “그대는 태평시대에는 간적이 될 것이고, 난세에는 영웅이 될 것이다(君?平之姦賊, 亂世之英雄)”라고 말하자 조조가 크게 기뻐하면서 갔다고 전하고 있다. 『삼국지(三國志)』 ‘위(魏) 태조(太祖 : 조조)본기’에는 “그대는 치세에는 유능한 신하가 될 것이고,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 될 것이다(子治世之能臣,亂世之姦雄)”라고 말하자 태조가 크게 웃었다고 조금 달리 전한다.

 난세를 뜻을 펼칠 공간으로 여긴 조조는 후한 말의 난세 때 위(魏)나라를 창업했다. 난세는 하늘이 만드는 것이어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사기(史記)』 ‘오자서(伍子胥)열전’에는 “사람이 많으면 하늘을 이기기도 하지만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역시 사람을 깨트린다(人衆者勝天 天定亦能破人)”는 말이 있다.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 : 1937~1101)은 이를 “하늘의 뜻이 정해지면 역시 사람을 이긴다(天定亦勝人)”고 조금 바꾸어 말했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은 『주역(周易)』에 근거를 둔다. 난세를 음우(陰雨)라고도 하는데 『주역』 ‘둔괘(屯卦)’는 “구름과 우레가 둔인데 군자는 이때 천하를 경륜한다(雲雷屯 君子以經綸)”고 말한다. 『주역』의 괘(卦)를 가지고 난세와 치세를 말하기도 한다. 『주역』의 천지비괘(天地否卦)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막혀서 통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 이것이 바로 난세다. 반대로 지천태괘(地天泰卦)는 땅과 하늘이 서로 통하므로 치세(治世)를 상징한다.

 박극필복(剝極必復)이란 말이 있다. ‘박(난세)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치세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주역』의 산지박괘(山地剝卦)와 지뢰복괘(地雷復卦)에서 박(剝)과 복(復)을 땄으므로 박복(剝復)이라고도 한다. 박(剝)은 음도(陰道)가 극성한 난세를 뜻하고 복(復)은 양(陽)이 다시 생기는 치세를 뜻하는데, 난세가 극도에 달하면 치세가 온다고 본다.

 난세를 극복하고 치세를 만드는 인물이 천명을 받은 진주(眞主)다. 성호 이익(李瀷)은 『구루비가(??碑歌)』에서 ‘천하는 원래 공공의 물건이니/하늘이 주고 사람이 따르면 진주가 될 수 있네(天下元來公共物/天與人歸乃眞主)’라고 노래했다. 구루비는 고대 하우씨(夏禹氏)가 9년 홍수를 다스릴 때에 썼던 오래된 석각(石刻)을 뜻한다. 하우씨가 홍수를 다스려 천명을 받았듯이 올 총선과 대선에서 난세를 치세로 바꾸는 크고 작은 진주(眞主)들이 여럿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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