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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한명숙 포퓰리즘 법안 막아라

중앙일보 2012.02.15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4·11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성을 잃은 모습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게 여야의 정신상태다. 나라의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경제의 기본원칙이 무너지든 말든, 금융시장 교란으로 혼란이 발생하든 말든 괘념하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을 구사해 표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에서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이하 저축은행 법안)과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안(이하 카드 수수료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게 대표적 사례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때문에 손해를 본 고객에게 국민의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법안은 예금자 보호 문제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입법이 이뤄지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추후 유사 사건이 발생하면 뒷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카드 수수료 법안은 음식점 등 영세 카드 가맹점 종사자들의 표를 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의 표가 여야에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 법안은 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카드업계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낼 걸로 보인다. 이 경우 헌재에선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저축은행 법안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고객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축은행 법안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소속인 우윤근 국회 법사위원장이 15일 법사위가 열리면 법안을 신중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을 보인 건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미흡하다. 두 사람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을 뿐 법안 처리 여부에 대해서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새누리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우리가 (본회의 출석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재의결을 통해) 압도하면 된다”고 했다. 다수의 여야 의원 힘을 빌려 입법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나서야 한다. 18대 국회가 16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끝나는 만큼 양당을 이끄는 두 사람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표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갈 것인지, 표에선 손해를 보더라도 경제의 기본을 지킬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저축은행 법안뿐 아니라 카드 수수료 법안, 나아가 각종 선심성 법안을 18대 국회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국민 앞에 당당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꿔 달고 나서 ‘더 큰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박 위원장이나, 민주통합당의 수권능력을 키워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한 대표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 잘 알 것이다. 포퓰리즘 법안 폐기에 어느 당이 더 적극적인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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