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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응하라

중앙일보 2012.02.15 00:01 종합 34면 지면보기
북한이 험한 말로 비난을 거듭하는데도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어떻게든 남북관계 경색을 완화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접촉 제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접촉을 제의하고 미국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23일 베이징에서 만나기로 확정된 시점에서 나왔다. 북한이 제의에 응하고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이유도 없다.



 북한은 지난해 말 외무성 명의로 북·미 간 접촉 중단을 선언하면서 식량 지원을 거론했다. 미국이 당초 쌀 33만t 지원 약속을 변경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미 정부는 물론 북한의 비난을 일축했다. 미국이 ‘식량 지원’ 대신 ‘영양 지원’이라는 말을 사용해 온 것을 북한도 아는 상태에서 북·미 간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북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제의로 북·미 간 접촉이 재개되는 것이어서 북한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추가로 식량 지원을 원한다면 남북 대화에 나서 남쪽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북한의 입장 변화를 예상하고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남북 간에 경색관계를 푸는 ‘시동장치’로 활용돼 온 측면이 있다. 역대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상당한 식량 지원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남북 당국 간 접촉을 이끌어 내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상봉 때도 과거보다 규모는 작지만 ‘인도적 지원’이 뒤따랐다. 정부의 이번 제의도 대북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엔 예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원을 할 의사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응하기를 기대한다. 남북이 언제까지고 으르렁대면서 지낼 순 없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이산가족의 한(恨)을 풀어 주자는 데 여타의 정치적 문제들을 의식할 이유는 없다.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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