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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자 속이 후련" 연쇄 방화범의 고백

온라인 중앙일보 2012.02.15 00:01
대한민국 형법은 살인, 강도, 강간, 그리고 방화를 강력 범죄로 규정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방화'를 올해 첫 연구과제로 잡았습니다. JTBC는 12일 '탐사코드J'에서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방화 범죄의 숨겨진 이야기를 취재했다.



2007년 5월 2일. 서울 마포에 있는 공덕시장에 불길이 치솟았다. 골목길에 선명하게 울린 라이터 켜지는 소리. 이후 곳곳에 번진 불길로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건 전후로 서울 마포구 일대에는 47건의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쪽방촌에서 남성 2명이 사망했고, 아현동 가구 거리 화재에서는 60대 노인이 질식사했다.



사건이 있은 지 1년 후 범인이 잡혔다. 20대 후반의 김민수(가명)씨는 50여 차례나 불을 낸 연쇄방화범이었다. 그는 왜 연쇄방화범이 됐을까?

2007년 2월 김씨는 자신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여자친구 부모님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천막이 눈에 들어와 거기에 담뱃불을 붙였고, 그게 시작이었다. 자동차 수리 일을 하던 김씨. 낮에 손님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화를 내게 하면 밤에 그 손님과 똑같은 차에 불을 지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방화가 분노 감정의 극단적인 표출법이라고 이야기한다. 표 교수는 사회 전반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분노를 격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것이 방화범죄의 증가 추세를 가파르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소방방재청의 자료를 보면 1980년 이후 방화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화재가 7% 증가한 반면, 방화건수는 28%나 증가했다. 사회적으로 불안해지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홧김방화'가 증가한다고 한다.



화풀이로 50여 차례나 불을 지른 김민수(가명)씨. 김씨를 조사한 프로파일러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방화를 할 때 김씨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홧김에 불을 낸 김씨의 연쇄 방화는 3명의 희생자를 냈고, 그는 살인범이 됐다.



김씨는 자신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반경 2㎞ 안에서 불을 냈다. 이 2㎞는 연쇄방화범 김씨가 강력 범죄를 심리적 불안감 없이 저지를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 즉, '컴포트 존'이었다. 2㎞ 컴포트 존은 연쇄방화범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방화범죄자의 프로파일링 연구에 따르면 연쇄방화범의 행동반경은 0.5㎞ 이내가 20.3%였고, 1.6㎞ 이내가 50%, 3.2㎞ 이내가 70%였다. 자신의 욕구 표출을 목적으로 하는 방화범은 2㎞ 이상 이동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연쇄방화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왜 불을 냈을까? 방화범A(48)씨는 건설 현장 출입을 저지당하자 겁만 주려고 방화했다. 방화범B(44)씨는 처남과의 다툼 후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방화했다. 방화범C(54)씨는 배우자와 다툼 후 함께 죽기 위해 방화했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방화 실태를 연구하는 박형민 박사는 "자신이 불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방이 자기를 무시하지 못하고, 불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걸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도구로 불을 가져와 그걸로 분노를 표출한다"고 말했다.

연쇄방화범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의사소통 능력이 낮고,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과 사회를 향해 쌓였던 내면의 분노, 연쇄방화범들은 자신만의 영역에서 위험한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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