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지진? 쩍쩍 갈라진 공원 산책로 알고보니

중앙일보 2012.02.14 01:52 종합 1면 지면보기
탄성포장재로 시공한 경기도 이천시 어린이보호구역 도로가 갈라져 들뜨자 임시방편으로 못을 박아놓았다. [김성룡 기자]
고무 재질의 컬러 탄성 포장재를 이용한 전국 각지의 자전거길, 공원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수백 군데가 편법·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탐사팀 취재 결과 2007~2010년 발주된 관급공사 중 3개 정부부처·산하기관이 발주한 7곳과 137개 광역 및 시·군·구 지자체가 발주한 844곳 등 모두 851곳이 편법·부실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툭하면 들뜨는 ‘우레탄 산책로’ 알고보니 세금 150억 빼돌렸다
[탐사기획] 부실 시공 도로 851곳 확인
업체, 계약 어기고 공사비 챙겨
유착 의혹 공무원 소환 조사

 특수공법이 적용된 시방서대로 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일반공법으로 공사를 한 것이다. 서울 보라매공원 산책로, 서울 남산~청계천 간 자전거도로, 2005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부산 동백섬 조깅로 등이 대표적 현장이다. 851개소의 총 공사비는 350억여원이다. 부실 시공으로 인한 업체의 부당이득금만 15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공무원들 탓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팀은 “시방서대로 하지 않고 일반공법을 쓰면 납품시공가(견적가)의 50% 정도 적게 공사비가 들어간다”는 업체 내부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공사비의 10% 정도를 일부 공무원에게 사례비로 줬다는 제보의 사실 여부도 확인 중이다. 업체가 법인계좌 외에 80여 개 개인 계좌를 이용해 공사대금을 받은 정황도 나왔다. 경찰은 일부 광역 및 시·군·구 지자체 공무원을 상대로 소환조사에 착수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사기를 친 행위”라며 “일부 공무원과 업체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어떻게 이런 편법·부실 공사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탄성포장 업계 상위권인 A업체는 자사 특허를 적용한 특수공법을 영업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공법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고 시공 시간도 배 이상 걸리지만 물 빠짐과 탄성 기능이 우수하다고 선전했다. 많은 지자체가 유지·관리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이 공법을 채택해 자재를 구매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공법으로 편법 시공됐다. 그만큼 남는 공사비를 업체가 부당하게 챙긴 것이다.



 경기도 이천시 M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은 부실 시공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6년 10월 현장 공사감독관으로 나온 이천시 공무원 L씨는 “시방서와 다르게 공사가 진행된다”며 공사를 중지시켰다. 하지만 시공업체와 아스콘 회사가 시방서대로 자재를 납품했다고 사전에 입을 맞춰 감독관을 속였다. 준공 후 6개월도 안 돼 곳곳이 들뜨고 찢기는 하자가 발생했다. 공무원 L씨는 “제대로 된 자재가 쓰였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금도 이곳은 누더기 길로 방치돼 있다.



이가혁·하선영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시방서=설계도면에 표시되지 않은 구체적인 공법과 자재, 재료에 대한 특성 등을 세부적으로 써 놓은 설명서. 업체는 반드시 공사 수주 계약 과정에서 미리 제출된 시방서대로 공사해야 한다.



◆탄성포장=콘크리트나 아스콘 위에 고무성분의 우레탄칩과 접착제(바인더) 혼합물을 덮어 보행 시 푹신한 느낌을 주는 도로포장 방식. 조깅트랙, 산책로, 어린이 놀이터 등에 자주 쓰인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