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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려는 게 아니라 벌 받아야" 자살 중학생 엄마 단호

중앙일보 2012.02.14 00:59 종합 16면 지면보기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의 권모군 사건 결심공판이 13일 대구지법에서 열렸다. 권군의 어머니 임모(48)씨가 진술을 마친 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13일 오후 3시10분 대구지법 11호 법정. 지난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모(당시 13세)군의 어머니 임모(48)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증인 선서를 마쳤다. 그러자 검찰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 정도를 물었다. 임씨는 단호했다.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교사이면서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가 당한 일은 제가 상상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도중에 울먹이기도 했다. 임씨는 “(가해학생들이)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하고, (재판부에서) 그렇게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진술을 마쳤다.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 결심공판, 피해자 부모 진술

 임씨가 진술하는 동안 흰 고무신에 쑥색 수의를 입은 가해자 서모(15)·우모(15) 두 학생은 고개를 떨구었다. 두 학생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게임을 강요하며 주먹·발·단소 등으로 폭행하고 물고문을 해 권군을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후진술에서 이들은 “잘못했습니다. 친구에게 미안하고 반성하겠습니다”라며 또 고개 숙였다.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이날 대구지검 형사1부 홍승욱 검사는 가해학생 서모(15)군에 대해 징역 장기 4년∼단기 3년형을, 우모(15)군에 대해서는 장기 3년 6월∼단기 3년형을 각각 구형했다. 홍 검사는 “피고인들이 아직 어리고 초범이지만 같은 반 학생을 물고문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혀 자살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사회에 미친 파장이 크고 유족 등이 엄벌을 원하는 데다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난 뒤 임씨는 “할 말을 다하지 못했다”며 답답해 했다.



 -재판정에 나온 이유는.



 “지난 공판 때 우군 가족이 주변 사람들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선 안 된다. 나이가 어리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가볍게 처벌한다면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다. 재판부에 엄정한 판단을 촉구하기 위해 나왔다.”



 -진술 기회를 달라고 했나.



 “1차 공판 때 탄원서 제출 소식을 듣고 정말 화가 났다. 우리 아이를 집요하게 괴롭혀 죽음으로 몰아놓고 ‘선처’를 바라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원칙대로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고 진술 기회도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엔 가해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교육청·학교 등 교육당국과 교사 모두 학생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뜻에서 소송을 낸 것이다.”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있다는데.



 “11일에도 우군 가족이 집에 찾아왔다. 가해학생과 그 가족에게 복수하려는 게 아니다. 학교폭력의 희생자는 제 아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교육당국·부모 모두가 학생의 보호와 지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려는 것이다. ”





◆장·단기형(부정기형)=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2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할 경우 장기와 단기를 정해 선고하는 것을 말한다. 행형 성적이 좋고 교정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할 경우 단기를 지난 소년범을 석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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