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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강’ 듣고 학교선 토론만 하는 KAIST

중앙일보 2012.02.14 00:44 종합 22면 지면보기
9일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의학습관 ‘에듀케이션 3.0’ 강의실에 설치된 토론식 수업 전용강의실에서 수학과 학생들이 수업하고 있다.


9일 오전 10시 대전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의학습관내 ‘에듀케이션 3.0’ 강의실. 이 대학 수학과 1학년 미적분학 강의시간이다. 그런데 강의풍경은 일반 대학 수업장면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수강생 48명은 조별(6명)로 원탁 테이블에 앉았다. 120㎡규모의 강의실 벽 곳곳에도 카메라(4대)와 모니터(8대)가 설치돼 있다.

새로 도입한 MIT식 수업
교수 학습자료 인터넷 올리면
학생 자율 예습 후 75분 토론
미적분·화학·설계 우선 적용



 강의 담당 교수는 컴퓨터 전자칠판으로 수업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이어 테이블별로 학생들에게 토론 주제를 배정했다. 주제는 팀별로 주어진 미적분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토론은 75분 수업시간 내내 진행됐다. 이 수업을 담당한 김상현(수학과) 교수는 “메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유명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완전 토론식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KAIST가 이번 신학기부터 혁신적인 강의방법을 도입했다. 이 수업 방식의 특징은 수업내용은 학생이 각자 알아서 미리 공부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만 하는 것이다. 서남표(76) 총장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시스템으로는 미래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의혁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론식 수업 진행을 위해 교수들은 강의자료를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다. 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동영상과 문헌, 강의슬라이드 등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MIT 교수 동영상 강의 ‘OCW(Open Course Ware·개방형 소프트웨어)’나 국내 다른 교수 강의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교수 강의를 접한 뒤 강의실 수업에 참가한다. 정서현(1학년) 학생은 “토론식 수업이 지루하지 않고 수업내용을 충실히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토론식 수업은 미적분학, 일반화학, 신입생 설계과목 등 3개 과목에만 적용된다. 모두 1학년 전공 필수(3학점) 과목이다. 수업시스템을 만든 이태억(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학년 학생에게 기초 학문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이들 과목을 선정했다”며 “다음 학기부터 대상 과목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과목에 대한 토론 수업은 1주일에 한 차례만 한다. 토론 수업 활성화를 위해 과목당 수업 인원은 48명으로 제한했다. 나머지 수업은 온라인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배우는 것으로 대체한다. 교수는 수시로 온라인에 게시한 수업내용을 평가한다. 학교 측은 토론식 수업을 위해 1억5000만원을 들여 전용 강의실을 새로 만들었다.



 KAIST는 이와 별도로 올해 안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USC), 중국 베이징대, 대만 국립대, 독일 아헨공대 등과 함께 교수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고, 학생들이 공유하는 ‘i-Podia(실시간 원격 공동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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