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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비켜! '3300원 출신' 미샤의 전쟁

중앙일보 2012.02.14 00:37 경제 6면 지면보기
‘3300원 출신’ 미샤가 대형 화장품 업체와 연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고가 화장품 브랜드 SK-II와 제품 비교 광고 건으로 소송 중이며, 최근에는 국내 화장품 2위 업체인 LG생활건강과 ‘광고 방해’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샤가 벌이고 있는 전쟁은 ‘연 매출 10조 시대’를 연 원동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국내 소매 판매액은 전년보다 9.6% 성장한 10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8조, 2009년 9조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되는 고공성장이다. 그 핵심에는 ‘중저가 브랜드숍 열풍’과 ‘공격 마케팅’이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부동의 1, 2위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각 11.9%, 13.2% 성장한 2조1522억원과 1조227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뚜렷한 경쟁사가 보이지 않는 ‘3위 실종 상태’다. 코리아나 화장품·한국화장품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유통망에서 브랜드숍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사이 더페이스샵·미샤와 같이 ‘초저가’로 출발한 브랜드숍이 3만~4만원대 기능성 제품까지 잇따라 출시하며 연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다. 브랜드숍 1·2위인 두 회사는 전국에 각각 968개와 500개 매장을 갖췄다.



 ‘미샤의 전쟁’은 여기서 시작됐다. 미샤는 지난해 말 ‘값비싼 수입화장품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를 내걸고 비교마케팅을 시작했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빈 병을 가져오면 자사의 신제품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무료로 줬다. SK-II의 모기업인 한국P&G는 비교 광고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미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미샤의 에센스는 ‘대박’이 났다. 출시 3개월 만에 40만 개가 넘게 팔려나가 이 회사 제품 중 최단 기간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광고 논쟁도 추가됐다. 지난달 미샤의 서영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기업이 미샤의 잡지 광고를 빼라는 외압을 넣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샤가 패션잡지와 광고 계약을 맺어 진행하던 중에 LG생건이 압력을 넣어 광고가 중단됐다는 것. 서 대표는 LG생건 차석용 부회장 앞으로 ‘업무 방해를 중지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LG생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지만 미샤가 업계의 ‘불문율’을 깬 것은 분명하다. 샤넬·헤라·오휘와 같은 프리미엄 화장품만 들어가던 패션잡지 전면 광고에 중저가 브랜드 미샤가 진입해 ‘판’을 흔든 것이다. ‘미샤 전쟁’에 휘말린 LG생건 역시 ‘공격 경영’으로 커온 회사다. 더페이스샵과 보브에 이어 최근 일본 화장품 업체 ‘긴자스테파니’까지 인수하는 광역 행보로 1위 아모레를 위협하고 있다.



 K-POP을 위시로 한 한류 열풍도 화장품 업계를 키웠다. 명동은 중국·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심서현 기자



브랜드숍  한 회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제품만을 판매하는 가게. 점주가 여러 회사 제품을 납품 받아 팔던 기존의 종합화장품 가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2002년 미샤가 최초의 브랜드숍으로 시작한 이후 국내 화장품의 대표 유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업체는 더페이스샵·미샤·에뛰드하우스·스킨푸드·이니스프리·토니모리 등 6곳이며, 이들의 매장만 합해도 전국 30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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