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당명·로고 확정한 새누리당 더 잃을 게 없다는 게 자산…주저 말고 바닥으로 굴러라

중앙일보 2012.02.14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차준홍 기자]


1월 5일 그가 한나라당에 들어왔으니 이제 딱 40일이 지났다. 그동안 욕도 많이 들었지만 어쨌든 어제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새로운 당명·로고가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새누리당. 그리고 빨간색·흰색·군청색이 들어간 상징 그림. 조동원(55) 새누리당 기획홍보본부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제 시작이다. 묵묵히 가다 보면 국민이 이해해 줄 테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원래 반(反)한나라당 성향이었으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설득에 끌려 합류했다고 한다. 광고계에서 평소 눈여겨보던 이들 몇 명을 더 데려와 팀을 꾸렸다. 두어 명 더 모시려 했지만 ‘한나라당’이라는 말에 펄쩍 뛰며 거부했다고 한다. 광고계뿐이랴. 직능·계층을 불문하고 대한민국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앞세워 고운 소리 듣기는 처녀 수염 찾기만큼 힘들어 보인다. 조 본부장도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며칠 전 만난 그는 “이가 안 좋아져 어제 한 대 뽑았다”며 술을 마다했다. 담배도 피우지만 일부러 갖고 다니지 않는다. 한 번 피워 물면 줄담배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 로고에 들어간 빨간색이 ‘붉은 악마’ 이후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감수성 변화라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무적 해병대나 유격대 조교의 빨간 모자가 무슨 레드 콤플렉스를 불렀던가. 그러나 의미를 찬찬히 새겨볼 짬도 없이 당명과 로고는 인터넷에서 놀잇감으로 환영(?)받았다. ‘새머리당’ ‘유치원 이름’에서 ‘비데’ ‘새누리 치과’ ‘밑 빠진 그릇’까지. 누굴 탓할 것도 없다. 새누리당의 현재 이미지와 이력이 너무나 허섭스레기 같기 때문이다. 굳이 정명(正名)을 들먹일 여지조차 없이.



 역설적으로 새누리당의 가장 큰 자산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것이라고 나는 본다. 조 본부장은 ‘스무 살의 011’(이동통신), ‘좋은 사람들의 좋은 옷’(의류업체), ‘침대는 과학입니다’(가구회사) 등 명카피로 돈을 꽤 벌었다가 영어마을 사업이 부진해 파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스스로 “하늘에도 올라보고 바닥에도 떨어져 본 덕분에 누구보다 보통사람들 심정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이제 새누리당이 바닥으로 내려갈 차례인 것 같다. 그곳이 지옥일지 민심의 바다일지는 몰라도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마나 처절하고 진지하게 ‘패배’하는가에 따라 새누리당 재생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오늘 스님을 보니 돼지 같다”고 했다. 대사는 “전하께선 부처님 같다”고 한 뒤 “부처님 눈에는 모두 부처님으로 보이고, 돼지 눈에는 다 돼지로 보이게 마련”이라고 받았다. 새누리당은 순서가 반대다. 부처님처럼 일하면 부처님으로 보이고, 돼지 짓을 하면 돼지로 남게 될 것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