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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소비자가 빠져 있는 대형마트 규제 논의

중앙일보 2012.02.13 00:09 경제 12면 지면보기
최선욱
경제부문 기자
전국상인연합회는 최근 경기도 군포시를 ‘영세상인 우선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실제로 주말이면 이곳 산본동 이마트 진입로엔 어김없이 차량 수십 대가 늘어선다. 반면 인근 재래시장인 산본시장은 ‘파리가 날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침체돼 있다. 인구 30만 명 안팎인 이 도시의 장 보기 수요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집중돼 있다.



 지난달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군포시는 한 달에 1~2회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 휴업일을 조례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마트 휴업일엔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찾도록 해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다. 이미 전주시가 가장 먼저 매월 2회씩 일요일에 마트를 쉬게 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했고, 서울시도 최근 각 구청에 공문을 내려보내 이를 검토하도록 한 상태다.



 대형유통업체와 소상공인들이 더불어 잘살도록 하자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논의 구도에서 ‘소비자’가 빠져 있다는 점은 문제다. 소비자 권익이 무시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 큰 치킨’을 사기 위해 줄 서던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지만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울상 지을 만하네요”라는 청와대 정무수석의 트위터 글에 치킨은 판매 중단됐다.



 지금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대형유통사의 지방 중소도시 출점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신규 점포를 열지 못하게 하면 유통 대기업만 불만인 게 아니다. “대도시에 안 살면 마트도 못 가느냐”는 지역주민의 불만은 또 어쩔 텐가.



 중소상공인 입장에선 근처의 대형유통매장이 괴물 같을 것이다. 이런 영세점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의 ‘작은 이익’이 마냥 무시될 수는 없다. 소비자 이슈가 핵심 업무이고 지자체의 경쟁 제한적인 조례를 감시할 책무가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자체의 대형마트 규제가 실제로 효과는 있을까. 이마트 산본점 반경 5㎞ 이내엔 안양·의왕시 소재 대형마트가 세 곳 더 있다. 지난 주말 만난 군포시의 한 주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차피 차 끌고 나가 장 보는 거 딴 데 가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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