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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이 만난 사람] “매일 11시간 동안 라디오서 책 읽어드려요”

중앙일보 2012.02.11 00:48 종합 19면 지면보기
책 읽어 주는 라디오-. EBS FM이 27일부터 매일 평일 오전 10시부터 11시간 동안 문학작품 낭독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소설과 시, 희곡, 전기 등 각종 문학 작품을 귀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초유의 시도다.


EBS 김준범 라디오부장

 이를 지휘하는 김준범(46·사진) EBS 라디오부장을 만났다. 스스로 “무모한 가능성과 무한한 가능성, 그 사이에 서 있는 셈”이라고 했다. 저울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물론 아무도 모른다. 그의 실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왜 책인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푸는 데 책을 통한 자기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지 않을수록 자신의 경험치에 기대 세상을 평가하고 세상이 등 떠미는 대로 살게 된다. 대한민국 사회가 책을 읽지 않으면 창의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영상의 시대다. 아날로그 매체와 콘텐트인 라디오와 책이 시너지를 낼까.



 “라디오는 감성 매체다. 이야기를 통해 감성을 주고 받는다. 청취자가 보내는 사연이 아닌 세상의 흐름에 영향을 줄 가치 있는 이야기를 찾다 보니 책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책을 통한 감성 채널’이 목표다.”



 -단순 낭독이 먹힐까.



 “낭독은 자신의 몸과 소통인 동시에 남과의 소통, 즉 지식의 공유와 같은 말이다. 선조는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요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데 느낌이 너무 좋다. 지루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운율을 맞춰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된다. 묵독(默讀)이 밥을 먹을 때 대충 씹고 삼키는 것이라면 낭독은 밥알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먹는 것이다.”



 -청취자가 ‘꼭꼭 씹어먹을’ 책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라디오 문학관’을 통해 드라마로 재구성된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과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로 전파를 탄다. ‘라디오 연재소설’에는 은희경의 신작 『태연한 인생』이 낭독된다.”



 『태연한 인생』은 지면이나 온라인이 아닌 라디오에 소설을 연재하는 첫 시도다. 이밖에 시와 판타지 소설, 고전과 영미문학 작품도 다양하게 방송된다. 책은 일반인 중에서 선발한 북 내레이터가 읽는다. 2000명의 지원자 중 5명을 뽑았다. 그의 말을 빌자면 “영혼이 맑고 음색이 담백한 사람들”이다.



 -책은 어떻게 고르나.



 “라디오부 PD 10명으로 구성된 책 선정협의회와 5명의 외부 위원으로 이뤄진 외부자문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매달 책을 선정할 계획이다.”



 EBS는 라디오 문학상 공모도 실시한다. 소설과 시 등 분야도 폭넓다. 책을 통째로 낭독하다 보니 저작권 문제도 풀어야 한다. 때문에 저작권 기부 운동도 함께 시작할 계획이다. 그의 원대한 목표는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바꿀 대한민국. 그가 일으키는 낭독의 바람이 세상을 바꿀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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