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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부부에게 추천하는 서울 도심 데이트 코스

중앙일보 2012.02.07 03:32
1. 서울신라호텔 커플 스파 후 남산 산책로를 따라 N서울타워 야경을 즐겨보자 2. 성북동길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최순우 고택을 만날 수 있다



성북동 골목길에서…낙산공원에서…남산 산책로에서…다시 불꽃 피우는 중년 부부의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는 드라마 속 허구일 뿐이란 편견을 버리자. 현실의 중년 부부도 충분히 로맨틱할 자격이 있다. 크게 발품 팔지 않아도 좋다. 서울 도심이면 충분하다.『지하철로 떠나는 서울&근교 여행』의 저자 최미선·신석교 여행작가 부부가 추천하는 도심 속 중년의 데이트 코스를 모았다.



1. 두 손 마주잡고 추억을 산책하다



◎ 성북동길=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부터 삼청각에 이르기까지, 성북동길 골목골목엔 그 옛날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걷다 보면 유독 눈길을 끄는 담장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대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과 ‘하숙생’의 포스터가 그려진 담장으로, 중년 부부에겐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벽화를 따라 걷다 보면 성북동의 지난 역사까지 살필 수 있다. 지금은 길로 덮여 버린 ‘성북천’을 추억하는 담장에는 ‘성북동 길로 복개되기 전에는 물이 맑아 물고기도 살았고 큰 다리도 있었음’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사라진 것의 아쉬움을 그림으로나마 남겨 놓은 성북동이 멋스럽게 느껴진다. 마주치는 간판도 60?70년대의 느낌 그대로다. 최씨는 “방앗간, 기름집, 시계방이 정겨워 부부가 함께 걷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의 어린 시절을 꺼내 놓게 된다”고 한다. 또 “구불구불한 골목 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아직도 연탄을 쓸 만큼 허름하지만 왠지 모를 정겨움을 자아낸다”며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의 성북동길을 극찬한다.



 남편 신씨가 추천하는 곳은 이태준 작가의 고택을 전통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연산방’이다. 낡은 대문과 마당, 장독대가 한데 어우러진 카페 분위기가 아늑한 곳이다. 특히 볕이 좋은 날 정자(정자 자리는 미리 예약이 필요하다)에 나와서 마시는 전통차의 맛은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한다.



◎ 청계천길=광화문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청계천을 따라 걸으면 추억을 상기할 만한 요소를 곳곳에서 만난다. 먼저 1960년대 청계천 판잣집을 추억할 ‘판잣집 테마존’이 있다. 또리만화·광명상회·청계연탄의 간판아래에는 중년의 어린 시절, 소소한 추억 거리가 가득히 담겨있다. 그 시절의 국민학교 책걸상을 바라보면 “이 작은 의자가 그땐 왜 그렇게 커보였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의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전시에는 섬세함이 더욱 살아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출구까지 하나의 마을로 꾸며 놓아 구경하는 내내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다. ‘보통의 가정집’에서 ‘이발소’로 넘어가는 사이, ‘이발소’에서 ‘문방구’, ‘문방구’에서 ‘고고장’으로 넘어가는 사이 사이까지도 모두 동네 골목 풍경이다. 지난달까지는 전시장 한 켠의 ‘음악다방’에서 7080시대 대표 DJ 최동욱, 박원웅, 김광한이 방문객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방송을 꾸리기도 했다. 어린시절, 작은 네모 상자 속 전설의 DJ가 눈 앞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중·장년층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추억의 음악실’ 행사는 끝났지만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전시는 이달 28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일반 1만2000원, 청소년은 1만원.



2. 젊음의 한 가운데서 중년을 즐기다



◎ 대학로= ‘천년동안도’=젊음이 가득한 거리 대학로에도 이제 중년의 바람이 분다. 연극과 뮤지컬 장르의 다양화로 20년 전의 대학생들이 다시 대학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중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대학로 한복판에 위치한 재즈바 ‘천년동안도’가 그곳이다. 최미선·신석교부부는 이곳을 중년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곳으로 바로 지목했다. 입장료(평일 6000원, 주말 8000원)를 내고 들어간 뒤, 음료와 음식을 즐기며 재즈 공연을 관람하는 형식이다. 천년동안도의 매력은 무엇보다 연주자들의 실력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총 집합하는 이곳엔 15년 째 찾아오는 재즈 매니어가 많지만, 최근엔 7080 음악을 재조명하는 TV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옛 향수를 느끼려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다는 중년 손님이 많다고 한다. 최씨는 “대학로 거리 곳곳엔 젊음이 넘치는데, 이곳에 들어서면 젊은이들과 중년 간의 격이 없어진다”며 “나이를 잊고 모두가 한데 어울려 재즈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했다. 신씨는 “천년동안도에 가기 전 부부가 함께 대학로를 시작으로 ‘서울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낙산공원까지 산책해보길 권한다”며 “공원으로 오르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동화 같은 풍경이 부부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 홍대 앞 ‘라디오스타’=홍대 앞이야말로 중년이 다가가기엔 가장 어려운 장소다. 클럽문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대표되는 홍대는 ‘젊음’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곳에도 중년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하나 둘씩 자리잡고 있다. 홍대 주차골목에 위치한 뮤직바 ‘라디오스타’는 최미선·신석교 부부가 추천하는 중년의 놀이터다. 맥주와 안주를 시켜두고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할 수 있다. 주로 흐르는 음악은 80·90년대의 가요로, CD는 물론이거니와 LP 음악까지도 신청하는 족족 막힘 없이 틀어준단다. 중년의 부부가 젊은 날의 데이트를 회상하면서, 잊고 있던 지난 날의 서로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에도 좋다. 신씨는 홍대 앞 데이트의 재미를 하나 더 언급했다. “아이가 홍대 앞에서 놀 땐 도통 돌아오지 않길래 대체 뭘 하나 의심한적도 많았다”는 그는 “막상 가서 그곳의 문화를 내 눈으로 보니 홍대가 무조건 위험한 곳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어 “젊음의 거리에 나가 지금의 20대를 들여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이 젊어지는 기분이 들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3. 때로는 고급스럽게 분위기 잡자



◎ 중구 ‘서울신라호텔’=스파가 생각나는 계절, 겨울이다. 부부가 함께 고급스러운 스파를 즐긴 후 설경으로 아름다운 산책길을 거닌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서울신라호텔’의 ‘겔랑스파’는 전문 테라피스트가 개인의 정신적·신체적 환경을 파악 한 후 맞춤형 스파 서비스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남산이 한 눈에 보이는 룸에서 부부가 함께 커플 스파를 받을 수 있어 고품격 데이트를 원하는 중년 부부에게 안성맞춤이다. 스파의 모든 과정을 겔랑 화장품으로 관리하니 중년의 여성들에겐 더욱 인기가 높다. 신라호텔 야외조각공원에서 서울성곽을 돌아 남산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는 최미선·신석교 부부가 적극 추천하는 겨울철 고즈넉한 데이트 코스다. 신라호텔 야외조각공원은 호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공간으로, 현대적인 호텔이라는 선입견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숲길 산책로이다. 신씨는 “정갈한 기와지붕을 얹은 영빈관과 호텔 밖의 현대적인 고층 빌딩, 거기에 호텔 내 넓은 숲과 21점의 조각품이 서로 제각각이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특히 호텔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눈 덮인 공원에서 사색을 즐겨 볼 것”을 권했다. 최씨는 “아예 장충단공원 쪽으로 빠져 나와 남산순환산책로를 따라 N서울타워까지 걸어보라”고 했다. “눈 오는 겨울, 목도리를 꽁꽁 싸매곤 학생 때를 추억하며 걸음여행을 즐기는 것도 낭만적”이라는 귀띔이다.



3 남산을 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서울신라호텔 겔랑스파 풋 스파 룸 4 60~70년대 추억을 재현한 ‘여기는 대한민국 1970MHz’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신석교,서울신라호텔,한국근대문화연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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