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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의 벤처 신화, 천사로 돌아오다

중앙일보 2012.02.07 01:45 종합 1면 지면보기
‘매스챌린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매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초기 벤처기업 경진대회다. 지난해 이 대회 본선에 한국팀이 첫 진출했다. 대학생 윤자영(24) 대표가 이끄는 스타일쉐어다. 스타일쉐어는 촬영한 옷의 정보를 공유하는 모바일 기기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지하철에서, 강의실에서 다른 사람이 입은 옷을 보고 인터넷을 뒤지던 윤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에 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벤처의 시작은 초라했다. A4 반쪽짜리 아이디어 메모가 전부였다. 2010년 윤 대표는 창업 관련 강의에서 만난 권도균(49) 프라이머 공동대표에게 이를 보여줬다. 권 대표는 2000만원을 투자한 데 이어 창업과정 전체를 지도했다.



 프라이머는 초기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벤처 인큐베이팅 기업이다. 벌써 12개 기업의 성공적 설립을 이끈 이곳엔 이니시스 창업자인 권 대표뿐 아니라 이재웅(44)·이택경(41)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창업자, 장병규(39)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대표, 송영길(45) 엔컴퓨팅 대표가 참여한다. 프라이머뿐이 아니다. 요즘 벤처업계의 ‘젖줄’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빈손으로 시작해 거부를 일군 인터넷 벤처 1세대들이다. 투자만 하는 게 아니다. 법인 설립부터 인재영입, 기술개발, 사업진행까지 벌인다. 다양한 인맥을 통해 후견인 노릇도 톡톡히 한다. 이들의 도움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또 더 어린 벤처의 조언자 역할을 한다. 한국식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프라이머 멤버 중 장병규·송영길 대표는 아예 각기 한국과 미국에서 에인절투자사를 운영한다. 김범수(46) NHN 공동창업자는 100억원 이상의 투자로 카카오톡 신화를 창출했을 뿐 아니라 그외 여러 소프트웨어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태터앤컴퍼니 창업자인 노정석(36)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티켓몬스터 초기 투자자다. 이를 바탕으로 성공한 신현성(27) 티몬 대표는 최근 노 대표와 함께 아시아 벤처 인큐베이팅을 위한 기업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했다.



 이들이 벤처생태계의 씨알 역할을 자임하는 건 사명감이나 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장병규 대표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 예비창업자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다. 도전과 변화에의 열망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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