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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투자해 창업 도왔더니 5년 뒤 450억 대박

중앙일보 2012.02.07 01:33 종합 4면 지면보기
2010년 1월 어느 날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사무실에 한국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창업자들이 속속 들어섰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2000억~3000억원의 자산을 가진 벤처 갑부들이었다. 좌장 격인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가 입을 열었다.


3억 도와준 '새싹 벤처' 5년뒤 450억 대박
성공한 벤처 CEO, 벤처 키운다

 “우리는 이 땅에 더 많은 벤처기업,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였습니다. 돈뿐 아니라 성공 경험을 나누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는 일을 시작합시다.”



 이렇게 설립된 프라이머는 스타일쉐어 같은 초기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벤처 인큐베이팅 기업이다. 공동 설립자인 5명의 스타 벤처 창업자 중 권도균·이택경 대표가 주로 멘토 역할을 한다. e-메일과 면접을 통해 대상자를 고른 뒤 투자하고 회사를 키워간다.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엔터십’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때는 이재웅·장병규 대표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하는 송영길 대표까지 날아와 예비 창업자들 앞에 선다. ‘성공 모델’을 접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지방 순회도 마다 않는다. 권 대표는 “2, 6일에도 광주·부산을 방문했다.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밥 먹고 고민 상담도 해주며 힘을 북돋운다”고 했다.



 인큐베이팅 과정 자체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정립한 투자 겸 벤처기업도 생겼다. 노정석 대표와 신현성 대표가 지난달 설립한 패스트트랙아시아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기술 개발자와 재무 담당자는 물론 채용·홍보 담당자, 디자이너까지 두고 창업자가 가진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절차를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창업자를 선발하는 오디션을 실시하기도 했다. 자질 있는 창업자를 직접 뽑아 키우겠다는 취지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600여 명이 지원했다. 서류 심사와 전화 인터뷰·면접 등을 거쳐 5개 팀을 뽑아 최종 면접을 실시한 상태다.



 지난해 말 450억원에 KT에 인수된 동영상 검색 기업 엔써즈는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의 작품으로 불린다. 2006년 당시 KAIST를 갓 졸업한 김길연씨 등이 장 대표를 찾아와 투자를 요청했다.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들이었다. 장 대표는 이들과 만난 후 직접 멘토로 나서 동영상 검색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함께 발굴했다. 그리고 3억원을 투자해 회사를 차리도록 도왔다.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6억원을 투자받는 데도 장 대표의 조언이 유효했다. 장 대표는 2010년 에인절 투자사인 본엔젤스를 창업, 2년여 사이 총 10여 개의 신생 벤처에 자금을 지원했다. 법무·회계·홍보 등 신생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도 함께 지원한다.



 느슨한 형태의 인큐베이팅 모델도 있다. 초기 창업자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코업이 대표적이다. 코업은 서울 논현동의 한 사무실이다. 하루에 1만원, 12일에 10만원, 30일에 24만원을 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사무실이 없는 초기 벤처 창업자들이 모인다. 자연스럽게 서로 정보를 공유했고,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세미나나 강연도 이뤄졌다. 양석원(34) 대표는 “2년 전 문을 열었는데 그 6개월 뒤엔 ‘코업도대학’이란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까지 시작했다. 참여자들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고 했다.



이나리 기자



◆에인절(Angel) 투자=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기업을 투자하는 벤처 투자와 구별된다. 자금을 대주고 주식 지분을 받는다. 투자한 벤처기업이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비싼 값에 인수합병(M&A)되면 에인절 투자자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기업이 실패해 손실을 볼 공산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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