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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년 … 115년 만의 대경사

중앙일보 2012.02.07 01:01 종합 15면 지면보기
6일 즉위 6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이 영국 동부 노퍽주에 있는 소도시 킹스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시민이 건넨 축하카드를 받으며 미소로 화답하고 있다. [킹스린 AFP=연합뉴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85)이 6일 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즉위 60주년)를 맞았다. 영국에서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가 열리는 것은 1837년 즉위해 64년간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 이후 115년 만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 역사상 최고령 군주이기도 하다. 여왕이 아버지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것은 1952년 2월 6일. 그러나 이날은 선왕의 기일이기도 해 버킹엄궁에서의 대규모 콘서트 등 축하행사는 봄 이후로 미뤄졌다. 영국 정부는 6월 초를 다이아몬드 주빌리 공식 휴가주간으로 공표했다.

영국 왕실 사상 두 번째 다이아몬드 주빌리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위 계승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여왕의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인 심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왕관을 버렸고, 에드워드 8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선친 조지 6세도 57세에 숨졌다. 52년 남편 필립공과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 중이던 엘리자베스 공주는 비보를 전해 듣고 곧바로 귀국해 왕위를 계승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금까지 방문한 나라는 116개국. 총 261차례 해외 방문을 했다. 연간 그가 소화하는 공무는 410건에 이른다. 세계에서 평생을 가장 바쁘게 사는 여성인 그의 일과는 오전 8시쯤 시작된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아침식사를 마치면 홍차를 마시면서 조간신문을 읽는다. 이후 300통의 편지와 정부 문서를 훑어보며, 주 한 차례는 영국 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여왕 재임기간 12번째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여왕 폐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내가 나아갈 방향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영국 왕실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좁슨은 “신혼 시절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여왕과 필립공을 한 번 보기 위해 50만 명이 연도를 가득 메웠다.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왕자비의 인기도 여왕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영국인들의 왕실 사랑은 궂은일을 몸소 실천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주 시절 릴리벳(Lilibet)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여왕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3월(당시 19세) 영국 여자 국방군의 소위로 입대해 구호품 전달 서비스 부서에 배치됐다. 그는 당시 군용 트럭을 몰며 탄약을 관리하면서 흙바닥에 앉아 타이어를 바꾸고 보닛을 열어 엔진을 수리하는 일도 척척 해냈다.



 지금도 국민 80%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왕이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이혼에 이어 97년 8월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어째서 영국 왕실은 버킹엄궁에 조기를 게양하지 않느냐”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국민의 마음이 왕실에서 떠나고 있음을 직감한 여왕은 스스로 왕실의 변화를 선택했다. 여왕은 국민 앞에 나서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녀는 훌륭하고 재능 넘치는 사람이었다”는 애도사를 발표했다.



 왕실의 전통과 관례를 깨고 손자인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비가 원하는 결혼식을 거행하는가 하면 캐머런 정권의 조언으로 아들·장자가 왕위를 계승하도록 한 왕위계승법 개정에 동의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90년엔 스스로 왕실경비 총액제를 정부에 제안해 왕실경비를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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