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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도 ‘1%대 99%’ 논란 … 한화 그룹주 일제히 하락

중앙일보 2012.02.07 00:27 경제 4면 지면보기
6일 한화에 대한 주식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한화그룹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5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서 보안요원이 문을 닫고 있다. [구윤성 대학생 사진기자(후원=canon)]
㈜한화의 매매정지 사태를 계기로 증시에서도 ‘1% 대 99%’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잘못에도 대기업엔 솜방망이, 중소기업에는 쇠몽둥이를 댔다는 것이다. 논란 끝에 거래정지는 면했지만 주식시장에서 한화그룹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J Report] 거래정지 비켜간 한화

 한국거래소의 긴급 결정으로 한화 주식이 거래 정지 대신 정상 거래된 6일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직접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니커에도 한화와 마찬가지로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이를 지난해 5월 16일 공시했다. 2월부터 대표이사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고, 자기자본의 26.19%에 해당하는 238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다는 내용이었다. 공시가 나오자 거래소는 즉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거래소는 다음 달 3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7일부터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가 재개되기까지 모두 23일 걸렸다.



 보해양조도 지난해 8월 30일 분식회계로 검찰에 기소됐다고 공시를 냈다. 거래소는 역시 즉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어 약 한 달 후인 9월 22일 보해양조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종의 ‘본심사’인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짓기까지 한 달이 더 걸렸다. 보해양조 주식이 다시 거래된 것은 그해 10월 27일. 거래 재개까지 소요된 시간은 모두 두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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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 대해서는 달랐다. 지난 3일 금요일 장 마감 뒤 공시가 나오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6일부터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힌 것까지만 같았다. 갑자기 거래소의 움직임이 신속해졌다. 3일 오후부터 한화 측이 이른바 ‘경영 투명성 개선방안’을 제출했고, 이를 검토했다며 돌연 매매거래 정지를 취소한 것이다. 단 이틀 걸렸다. 그것도 주말이었다. 그 덕에 한화는 10대 그룹 중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망신을 피했다.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 직원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한 것”이라고 했다. 6일 기준 ㈜한화의 시가총액은 2조7735억원이지만 마니커는 517억원, 보해양조는 428억원이다. 한화그룹은 재계 서열 13위권이고, 다른 두 회사는 순위 밖의 중소기업이다. 결국 거래소는 투자자의 많고 적음, 기업의 규모가 크고 작음에 따라 다르게 대응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문사 CEO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히 결정할 수 있다면 거래소는 인력 핑계를 대지 말고 다른 코스닥 기업에 대한 심사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소가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신뢰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자본시장 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은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한화의 시가총액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거래소가) 특혜를 준 것 같다”고 했다.



 공시 자체에 대해 거래소는 기업을 다르게 대우했다. 지난해 1월 재계 순위 40위의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 횡령 혐의가 보도되자 거래소는 즉각 조회공시를 요구했었다. 10월 중소기업인 아인스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보도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한화가 1년이나 늦게 공시할 때까지 거래소는 ‘침묵’했다.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고 공시된 지난 3일 저녁은 검찰이 김 회장에게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한 다음 날이다. 검찰 기소는 지난해 1월 29일이었다. 거래소 측은 “모든 보도와 계열사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 연구원은 “앞으로 10대 기업이나, 규모가 크면 내부 통제를 안 하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안 해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자 소액투자자들의 불신도 터져나오고 있다. 증권투자 포털 사이트 팍스넷 한화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저녁 이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미 상장폐지된 다른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게시판에 “상폐기업 씨모텍 주주로서 억울해 미치겠다”며 “공정사회?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다른 투자자는 “이제 어떤 기업이든 배임·횡령이나 분식회계를 해도 상장폐지되는 일은 절대 없지 않으냐. 이번에 한화가 그 예를 만들었다. 이제 어떤 기업이든 맘놓고 투자해도 되니 참 좋다”고 비꼬았다.



 한편 6일 주식시장에서 한화그룹주는 일제히 떨어졌다. ㈜한화는 1800원(4.64%) 급락한 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증권은 2.71% 떨어졌고 한화손해보험(-1.30%), 한화케미칼(-1.11%)도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횡령·배임 혐의로 ‘오너 리스크’가 재차 부각된 데다 금요일 저녁의 ‘꼼수 공시’로 투명성이 도마 위에 오른 영향으로 해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봤을 때 기업 주가는 이익에 좌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상장 기업 중 자격을 갖추지 못한 곳을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제도다. 매출액이나 시가총액 미달 등 양적 기준이 아니라 매출 규모 부풀리기, 횡령·배임 같은 질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을 골라내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2009년 2월 도입했다. 상장사가 공시 의무를 어겼거나,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거나, 상장사 주요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을 유지해도 좋은지 정한다. 심의는 거래소 임원·변호사·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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