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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거래정지 신속 해제, 칭찬받을 일 아닌가”

중앙일보 2012.02.07 00:19 경제 1면 지면보기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화가 대주주의 배임·횡령 혐의를 제때 공시하지 않는 바람에 이 회사의 주식 거래를 정지하느냐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로 다음 날인 6일,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을 만났다. <중앙일보 >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투자자에게 혼선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서둘러 일을 처리한 건 오히려 칭찬받을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기업 크기와 무관하게 투자자 보호라는 일관된 잣대로 일을 해 왔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행 공시제도와 상장규정에 일부 허점이 드러난 만큼 제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개선할 사항은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한화에서 고마워했겠다.



(※거래소는 3일 오후 7시쯤 ‘6일부터 한화에 대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 날 때까지 매매 거래를 중지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주말 이틀 동안 속전속결로 결정을 내려 일요일인 5일 낮 거래정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화가 고마울 일이 뭐가 있나. 우린 오직 한 가지, 투자자 보호라는 것만 보고 판단했다. 주주가 4만 명이 넘는데 거래정지를 시켰어야 하나. 만약 누군가 고마워한다면 한화 주주들이 고마워할 일이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대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 있다.



 “그럼, 거래소 직원들이 주말에 쉴 거 다 쉬고 월요일부터 검토에 들어가는 게 맞나. 꼭 며칠 거래정지를 한 뒤 풀어야 하나. 주말에도 쉬지 않고 나와 일한 건 칭찬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전에 다른 기업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땐 이렇게 급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것 아닌가.



 “형평성? 어디랑? 한화는 망할 기업이 아니다. 전에 문제됐던 기업은 횡령액수가 자기자본의 70%가 넘는 등 상태가 안 좋았다. 우리는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보지 않는다. 망할 거냐 아니냐를 본다. 망하지 않을 기업이라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게 맞다.”



 -그럼, 결국 재무건전성이 좋은 대기업은 당장 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슨 잘못을 해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거래정지를 하겠다.”



 -대기업들이 공시를 우습게 안다. 한화는 공시 사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서야 공시를 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대주주의 횡령 여부에 대해 아예 부인 공시를 했다가 올 1월에야 횡령 사실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지만 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상장 실무팀에 100년 동안 안 망할 기업만 골라 상장시킬 수 없느냐고 늘 얘기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가. 상장규정과 공시규정이 다소 삐거덕대는 측면은 있다. 이번 기회에 제도를 개선하겠다.”



 -한화의 ‘오너 리스크’를 지적하는 애널리스트가 많다.



 “맞다. 주요 기업 중 오너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이 한화와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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