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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홍익대 클럽에 온 아이 엄마

중앙일보 2012.02.07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강인식
정치부문 기자
홍익대 앞은 기성정치와 무관한 곳이다. 더구나 이 동네의 지하 클럽은 넥타이를 매곤 들어갈 수 없는, 제도권과 거리가 먼 젊은이들의 영토였다. 그곳에 정치가 비집고 들어갔다. 5일 민주통합당이 청년비례대표를 뽑는 첫 행사를 클럽에서 치른 것이다.



 이날 클럽을 메운 사람들은 금배지를 꿈꾸며 클럽에 모인 비례대표 지망생들이다. 대부분이 남성(83%)이다. “슈퍼스타K처럼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고 했지만, 여성의 참여는 저조했다. 그곳에선 청년실업과 반값 등록금이 가장 호소력 있는 구호가 됐다. 음악에 맞춰 껑충껑충 뛰는 젊은이들 가운데서 아이를 안고 있는 주부 김교연(34)씨를 발견했다. 클럽에서 그녀는 이방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많은 이를 대변하는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연은 이랬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그는 명문 사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와 가정주부의 두 가지를 함께 잘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회사원 남편은 늘 밤늦게야 들어오곤 했다. 최근에는 지방 근무 명령을 받았다. 두 아이 키우는 일은 온전히 엄마 몫이 됐고, 그녀의 학력과 전공은 잊혀져 가고 있다.



 김씨는 엄마에게 한국 사회가 얼마나 잔혹한지 정치는 잘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정치를 결심했고, 입문하게 되면 셋째부터 갖겠다고 했다.



 이날 홍익대 앞 클럽의 민주당 행사에선 김씨가 말한 ‘보편적 문제’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분위기는 한쪽으로 몰렸고, 다른 얘기는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엄마 김교연씨는 당당했고, 또한 어쩔 수 없이 외로워 보였다.



 이런 외로움은 김씨가 여자여서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의총에서 김성곤 의원을 봤다. 그는 중진 의원들을 따라다니며 “몸싸움 방지법은 어떻게 돼 가나요?”라고 계속 묻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 전략과 경제 민주화에 열을 올렸다. 이날 김 의원의 질문은 집단의 목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별 정치인의 외로운 몸짓 정도로 묻혀졌다. 하지만 국회 문화가 몸싸움이 아닌 합의와 표결로 안건을 처리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김성곤 의원은 언젠가 외롭지 않게 될 것이다.



 엄마 교연씨가 관문을 통과해 비례대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누구도 모른다. 중요한 건 ‘외로운, 그러나 절실한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도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패거리 정치, 일신의 영달을 위한 정치가 지배하는 여의도가 바뀐다. 그러면 언젠가 우리도 좋은 정치를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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