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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일비용 미리 준비하자

중앙일보 2012.02.07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통일비용’ 하면 따라붙는 엄청난 숫자가 참 싫다. 최소 수십조에서 최대 몇백조, 몇천조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어떤 통일과정을 상정해서 계산해 낸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통일 경계심만 부추기는 숫자놀음은 그만하고 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가 더 필요한데, 툭하면 꺼내 놓는 천문학적 통일비용이 국민을 질리게 만든다.



 새집 사기 위해 주택청약저축 들듯이 우리도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통일청약통장’ 마련과 같은 통일준비 의지를 다지는 실질적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부터 통일비용을 적립해 나가면 미래 통일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민간 출연방식을 통해 국민이 참여하는 통일준비도 시작할 수 있고, 국민적 통일의지 결집을 도모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통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계기도 돼 국가신인도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S&P가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한국의 재정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통일재원을 조성하는 건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한 걸 놓치면 안 된다.



 북한당국도 우리 정부의 통일재원 필요성 제안을 비난만 하지 말고 북한식으로 통일재원을 마련하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통일재원은 결국 북한사회를 재건하는 데 들어갈 돈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남의 손으로 이룰 것이 아니라면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의지를 남북이 함께 천명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국회 차원에서는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했다. 2010년 11월 정의화, 김충환, 송민순 의원안(案) 등이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면서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 통일기금법 제정안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큰 진전이 없다. 법안 통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야 대립구도에 갇혀 제자리걸음이다.



 통일재정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불어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준비를 위한 법제화, 제도화가 국회 사정으로 지연돼서는 안 된다.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을 통해 통일재원 마련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통일재정을 담을 수 있는 통일계정을 신설해서 통일비용을 차곡차곡 저축할 수 있는 ‘통일항아리’를 큼직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경제 상황을 감안해 세금이나 기업 출연방식은 이참에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적극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정부와 민간 출연금, 남북협력계정 불용액, 다른 법률에서 정한 출연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입금 등을 모아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 용도는 통일 이후 남북 사이의 안정적 통합 및 사회안정 지원에만 쓸 수 있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민간출연금은 법안 개정 공포 이후부터 받게 하고, 정부출연금과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적립은 재정당국과 협의해 적립하면 된다.



 통일재원 마련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다음 정권의 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통일재정 기반구축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일재원 마련 등 실질적 통일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일 때 국제사회는 남북이 주도하는 통일에 동의하고 협력할 것이다. 또 국가신인도 향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를 키워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분단을 극복하지 않고는 결코 선진강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통일을 이뤄내지 않고선 미래의 비전을 실현하기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통일청약통장’이 꼭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은 18대 국회가 이 과제를 꼭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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