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분석] 본질 잃고 산으로 가는 '나꼼수 비키니' 논란…여성 우군도 돌아섰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2.02.06 18:32
인터넷 인기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역풍`이 심상치 않다. 그간 인터넷을 주름잡던 이른바 `삼국카페` 회원들이 나꼼수에 대한 지지를 접겠다고 선언했다. 진보 성향의 여성들이 모인 대형 카페 `쌍화차코코아` `소울드레서` `화장~발` 등 `삼국카페`가 6일 나꼼수에 대한 비판 입장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여심은 식어 버렸다`…나꼼수의 `비키니` 역풍

이들은 "우리는 `반쪽 진보`를 거부하며, 나꼼수에 가졌던 무한한 애정과 믿음, 동지의식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라고 쓴 접견민원서신 사진 공개는 1인 시위의 본 메시지가 아니라 가슴을 집중 부각하며 주객을 뒤바꿨다"며 "`코피` 발언은 그들이 여성을 한낱 눈요깃거리로 삼고 남성의 정치적 활동에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꼼수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경솔했다`고만 했어도 사태는 바로 진화될 수 있었다"며 "나꼼수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데다 자신들이 주체가 된 상황에서 문제 해결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마저 여성 인권에 무지하다는 현실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사과 없이 핑계만 댔던 나꼼수는 결국 여성 우군의 마음을 잃어 버렸다.



그동안 `삼국카페` 회원들은 나꼼수에게 든든한 우군이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비롯해 4대강 반대 집회 등에 활발히 동참하며 여론을 이끌었다.

`비키니 논란`은 한 여성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올린 비키니 사진에서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본 나꼼수 진영의 반응이 문제였다. 나꼼수 출연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트위터에 "정 전 의원이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 "코피를 조심하라" 등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인터넷에선 "마초적인 표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며 여성 비하 논란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이들을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이건 아니다"며 반기를 들었다. 작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비키니 가슴 시위 사건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한 남성이 "비키니 정도로 여성성을 논하는 시대의 유치함을 조롱한다"며 자신의 누드 사진을 올리며 맞불을 폈다. 비키니 논란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뜻이었다. MBC 현직 부장급 여기자도 “비키니 인증샷은 일종의 `까부는` 수준에 불과한데 너무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비키니 인증샷 시위에 동조했다.



논란은 점점 `산`으로 갔다. 입을 다물고 있던 나꼼수 진행자들이 사과를 가장한 엉뚱한 발언을 하면서 여성들의 마음은 결정적으로 돌아서 버렸다. 나꼼수의 진행자이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4일 시사IN 주최 토크 콘서트에서 "우리에게 (성희롱할) 의도가 없었지만 (해당 사진을 올린) 여성도 성희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의 뜻을 내비치긴 했지만, 비키니 사진이 올라왔을 때 진행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아, 이런 식의 시위도 가능하구나`라며 정치적 동지로서 감탄한 것도 사실이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의 `생물학적 완성도`라는 단어는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던 여성들을 더욱 자극했다.



대다수 여성들이 화를 낸 이유는 비키니 사진 때문이 아니었다. 이를 별다른 고민없이 눈요기했던 남성들의 ‘배설적 욕구’가 불편했던 것이다.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게 여심(女心)이다. 충분한 사과와 해명이 없다면 떠나간 여인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남녀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김진희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