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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만 FTA 맺자, 중국 시장 더 쉽게 뚫린다

중앙일보 2012.02.06 09:19



량잉빈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대표 인터뷰

대만의 미래와 양안관계의 향방을 가름하는 대만 총통선거가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재선으로 끝났다. 국민당과 민주당의 박빙 대결이 되리라던 예상과 달리 56.6% 대 45.6%로 9%포인트의 차이로 국민당이 낙승했다. 대만 국민은 왜 마 총통을 다시 선택했을까. 대만인이 그리는 대만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일까. 20년 전 국교가 단절된 한국에서 실질적으로 대만 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량잉빈(梁英斌사진)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대표를 2일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선거 투표율이 74%였다는 점에 놀랐다. 1인당 소득 3만5000달러에 인구 2300만 명의 나라에서 이렇게 높은 투표율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대만 국민은 선거를 축제로 생각한다. 1996년 도입된 총통 직선제는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법은 부지런한 자의 권익을 보장해주는 것이지 잠자는 사람의 권익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대만인은 자주 한다. 나의 한 표로 나의 미래가 변한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에 투표장에 나가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의(民意)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마 총통 집권 4년 동안의 업적을 국민이 평가해준 결과다. 마 총통 임기 동안 양안관계가 크게 발전했다. 긴장이 완화되고 양안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이 마 총통의 경제정책과 능력을 신임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대만 경제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마 총통이 양안관계의 급격한 개선을 추진한 배경은 무엇인가.

“마 총통이 말한 12글자의 한자 속에 그 답이 들어 있다. 즉 ‘경제를 정치보다 앞세우되 긴급한 것과 쉬운 것을 먼저 하며, 급하지 않고 어려운 일은 뒤로 미룬다(先經後政 先急後緩 先易後難)’는 원칙이다. 또 예측 가능한 미래에 통일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국민도 대체로 이런 인식에 공감했다고 본다.”



-중국이란 실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존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 끝에 선택한, 대단히 현실적인 정책이란 느낌이 든다. 그 속에서 양안관계는 어떻게 규정되나.

“최근 마 총통이 양안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서로 상대방의 주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통치권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互不承認主權, 互不否認治權)’는 것이다. 이게 양안관계의 기본이다. 통일이냐, 독립이냐의 정치적 문제는 현 단계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만의 미래는 국민이 결정해 나가는 것이지 특정 정당, 특정인이 정하는

것은 아니다.”



-양안 교류는 어떤 수준에 와 있나. 삼통(三通:통우·통항·통상)에서 나아가 통혼(通婚)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지금까지는 중국 여성이 대만에 시집와 사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대만의 인기 여성 연예인이 중국의 재벌 2세에게 시집가는 경우도 생겨났다. 매년 2000명 정도의 중국 유학생이 대만에 오기 때문에 앞으로는 캠퍼스 커플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매주 530여 편의 항공편이 양안을 오가고 있는데 이걸로도 부족하다. 양안 간 무역과 관광객 증가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분단국가 한국의 입장에서 매우 부럽게 들린다.

“대만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부침을 겪었다. 대만의 현재 양안정책은 예전 한국의 햇볕정책과 유사점이 많다. 긴장 완화와 화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양안의 고위급 사이에는 협상을 거듭해 오는 동안 상호 믿음이 생겼다. 그런데 남북은 믿음이 없고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권이 바뀌면 양안관계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나.

“대만 독립 여론이 강한 남부 지방은 원래 민진당의 표밭인데 이번에는 국민당이 약진했다. 이로 볼 때 앞으로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안정책은 점점 중도로 수렴해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평화안정이 양안관계의 기조가 될 것이다.”



-양안 관계개선이 대만 경제에는 얼마나 기여했나.

“ECFA가 체결된 2010년 경제성장률은 10.88%를 기록했다. 우리는 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25% 정도로 본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은 없나.

“대만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국가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래서 적극적인 FTA 정책을 세우고 뉴질랜드, 싱가포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목표는 10년 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과도 FTA 협상을 시작하기를 희망한다.”



-한국 정부에 제의한 상태인가.

“한국 정부의 관련 부처와 의견 교환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 개별 연구에서 출발해 공동 연구에 들어가면 한·대만 FTA의 장점과 파급 효과가 도출될 것이다. 민간 단체들에는 계속해 우리 생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정부 관리나 경제인들도 흥미를 보였다.”



-한국과 대만은 주력 상품이 겹치고 특히 중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 있어 FTA를 체결하더라도 별로 이점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대만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컴퓨터 부품, 태양광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분야는 한국의 비교우위 분야와 겹치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또 한 가지 문화 콘텐트 산업에서 협력 여지가 있다. 한국은 한류 열풍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는데 대만은 전 세계의 중화권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나라다. 서로 협력하면 한류의 중화권 시장 진출에 대만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한·중 수교 20주년, 바꿔 말해 한국과 대만이 단교한 지 20년이 된다. 한국과 대만의 경제 교류는 대단히 활발한데, 국민들의 상호 인식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2010년 한국과 대만 간의 무역총액은 285억 달러였다. 아직 최종 집계가 안 나왔지만 2011년에는 300억 달러를 돌파했을 것으로 본다. 두 나라는 서로 5~6위 권의 교역 파트너다. 경제 교류가 이렇게 긴밀한데도 국민들의 상호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다. 정상기 주타이베이 한국 대표가 말한 것처럼 한국·대만 관계는 ‘저평가’돼 있다. 그런 점에서 3월 말 타이베이의 쑹산공항과 서울의 김포공항을 잇는 직항편이 정식 개통하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과 대만 간의 인적 교류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도쿄의 하네다, 상하이의 훙차오공항까지 연결하는 ‘동북아 황금 상권’이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쑹산공항에서 훙차오공항까지 1시간20분이면 도착한다. 다시 말해 타이베이에서 아침 먹고, 상하이 가서 점심 먹고, 서울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 직접 일하고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부임한 지 1년 반이 됐다. 한국은 경제성장이 빠른 나라라는 막연한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와서 보니 그 속도가 놀랄 정도다. 내가 보기에 한국 사람들은 모두 다 도전정신이 넘치고 늘 일등을 추구한다. 하지만 대만 국민보다 더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고나 할까.”



예영준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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