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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에 계산기 등 공학도구 활용 수학 도입한다는데

중앙일보 2012.02.06 07:11
하나고 허유라양이 전자계산기를 이용해 남산타워의 가시거리를 계산하고 있다.
올해부터 32개의 중·고교는 연구시범학교로 선정돼 수업과 과제에 계산기·컴퓨터와 같은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게 된다. 2014년에는 전국 중·고교에서 공학도구 활용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내용이다.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복잡한 숫자로 현실적인 숫자감각을 익히고 수학의 학습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공학도구를 사용하게 된다면 수학 수업과 문제가 어떻게 변화될까.


함수·도형 변화 쉽게 이해…수학 학습범위 넓어진다

계산기로 2분 만에 남산타워 가시거리 구해



 “답은...78.3571㎞에요!(정종원군 하나고1).” “78㎞면 남산에서 인천 사이 거리보다 머네요(허유라양 하나고 1).” “아주 맑은 날엔 남산타워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볼 수 있다는 뜻이지(하나고 이동흔 교사·전국수학교사모임 회장)” 지난달 30일 서울 하나고 수학 수업 때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복잡한 숫자계산’을 주제로 한 문제가 제시됐다. 서울 남산타워 정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먼 지역까지의 가시거리를 구하는 문제다.



 남산타워의 높이가 479.7m라 6400㎞인 지구의 반지름에 맞춰 환산하니 0.4797㎞이라는 복잡한 숫자가 나타났다. 로그도 등장했다. 하지만 까다로워 보였던 문제의 답은 단 2분여 만에 도출됐다. 계산기를 사용한 덕이다. 허양은 “처음이라 작동법이 서툴러 다소 헤맸지만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계산기를 사용하니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군은 “현실적인 근사값을 구하니 수학과 실생활이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신선하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제시한 공학적 도구의 예시는 계산기,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3종류다. 중·고교 과정에 공학적 도구 활용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이 제시한 세 가지 목표(▶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더불어 함께하는 수학) 중 첫 번째 목표의 실천방안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수학공식 암기 위주의 학습 대신 다양한 교수학습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다. 교과부 권기석 수학교육정책팀장은 “계산기를 쓰면 복잡한 숫자와 과정 때문에 생략됐던 특정주제의 탐구도 가능해 수학의 학습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로는 칠판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함수 그래프의 생성변화나 도형의 회전·이동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섬세한 수치 변화 관찰로 실험보고서도 작성



 계산기를 사용하면 수학문제에 실생활과 연계된 길고 복잡한 숫자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식을 도출하는 과정까지는 기존과 변화가 없다. (d+r)²이란 공식을 도출한 뒤에야 숫자를 대입해 계산기를 사용하는 식이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같은 공학적 도구를 사용하면 수행평가나 실험보고서 방식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경기 충의중 최경식 교사는 2009년부터 지오지브라(수학에서 자주 쓰이는 그래프나 기하 도형, 미적분·이산수학 등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컴퓨터 수학 소프트웨어)를 경기북과학고와 영재교육원 수업시간에 활용해왔다. 최 교사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칠판에서 구현할 수 없었던 함수의 기울기나 삼각형의 외심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수학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공식을 만들어 도구를 실행하면서 변화를 주고 관찰하는 방식의 실험보고서나 수행평가도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어진 문제와 정해진 풀이과정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다각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고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행 초기단계라 수업시간과 과제 외에 시험출제나 평가에까지 반영할지는 유보 상태다. 권 팀장은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는 수업방식은 이미 6·7차 교육과정부터 일부 교과서 내에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구시범학교의 반응과 성과를 참조해 연말에 2014년 평가 반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월 중 심사를 거쳐 32개의 연구시범학교를 선정한 뒤 3월부터 교사를 대상으로 워크숍과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대상은 연산 능력이 어느 정도 형성된 중·고교에 한정된다. 초등학교는 기본 연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교사는 “계산기 수업을 현장에 도입하려면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과서 앞쪽에 계산기의 사용법에 대한 안내가이드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제은행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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