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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식탁엔 왜 파란접시가 오를까?

중앙일보 2012.02.06 06:2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다이어트 중이라면 파란색 식기류나 식탁보를 사용해 음식 섭취량을 줄여보면 도움된다. [중앙포토]


최근 한 인터넷 포털에 일명 ‘식욕 억제 사진’이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한 네티즌이 여러 음식에 포토샵으로 파란색을 입혀 인터넷 카페에 올렸는데, 네티즌들이 퍼나르기를 하면서 삽시간에 알려진 것. 파란 물에 끓는 라면, 하얀 쌀밥에 얹어진 파란색 삼겹살, 파란 소스 떡볶이·짜장면 등 수많은 사진이 연달아 올라오며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식욕 조절이 저절로 … 색깔 다이어트



배지영 기자





아이디 aideo를 쓰는 여성은 “갑자기 먹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네요. 아예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지정해 놨어요”라며 리플을 달았다. 인터넷 다이어트 동호회원인 이민아(디자이너·31)씨도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여놨더니 식욕이 절로 떨어진다. 색깔 하나로 입맛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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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왕실, 과식 막기 위해 푸른색 식기 써



색깔이 정말 식욕에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 시카고 대학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22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각각 흰색 접시와 빨간색 접시, 그리고 흰색 식탁보와 빨간색 식탁보에서 먹게 한 다음 각각의 요소가 식사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빨간색 접시보다 하얀색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은 사람은 평균 식사량이 21% 적었고, 식탁보 역시 하얀색 식탁보에서 먹은 사람이 빨간색 식탁보에서 식사를 한 것보다 식사량이 10% 더 낮았다.



 CHA의과대 통합의학대학원 김선현 교수는 “빨간색이 식욕을 가장 자극하는 색이라면 파란색은 식욕을 가장 떨어트리는 색”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뇌에서 영상을 받아들이는 영역이 있는데, 색깔에 따라 다른 활성도를 보인다. 파란색을 받아들일 때 가장 이성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또 원시시대 때부터 경험적으로 파란색은 독이나 쓴맛을 느끼도록 학습돼 있어 식욕 억제 효과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한국색채치유연구소 박광수 소장은 “역사에서도 나타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족일수록 청색 도자기에 음식을 담았다. 먹을거리가 많은 귀족은 과식을 막기 위해 자연히 이성적인 푸른 색깔을 식기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옅은 보라색도 마찬가지다.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을 줘 귀족들이 선호하는 색깔이지만 음식 식기로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 박 소장은 “달콤함보다 쓴맛과 상한 느낌을 줘 서서히 입맛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제공사인 ‘로열 코펜하겐’의 접시.
 녹색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식욕을 자극하진 않는다. 오히려 쓴맛을 연상시키고 차분하게 해 식욕을 억제한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한귀정 박사는 “어른들이야 채소가 ‘건강 음식’이라는 게 학습돼 식욕이 생길지 몰라도 아이들은 다르다. 자녀에게 채소만 한 움큼 줘서는 안 된다. 반드시 빨간색이나 노란색 재료를 섞어야 먹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색 또한 음식의 채도를 함께 떨어뜨려 식욕을 억제하는 쪽에 더 가깝다.



 반대로 빨간색은 식욕을 가장 돋우는 컬러다. 김선현 교수는 “빨간색은 뇌의 감정중추뿐 아니라 식욕중추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자극적인 색으로, 다이어트에서는 피해야 할 컬러”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서는 빨간 색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김 교수는 “롯데리아나 KFC·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 아웃백이나·VIPS·TGI프라이데이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빨간색을 주요 장식물의 색깔로 쓴다”고 말했다.



 그 밖에 핑크색은 달콤함과 새콤한 맛을 느끼게 하고 주황·노랑색 또한 포만감을 잊게 해 다이어트에 좋은 색깔이 아니다. 흰색도 약간의 짠맛을 느끼게 하고, 담긴 음식의 색깔을 부각시켜 다이어트엔 그리 좋은 색깔은 아니다.



 박광수 소장은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는 청색계열 식기류나 식탁보를 쓰고, 밥을 잘 먹지 않는 어린 자녀에겐 빨간색과 노란색 위주의 식기와 숟가락을 쓰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며 “입맛이 떨어진 암환자나 노약자에겐 색색의 고명을 활용해 음식을 장식하면 입맛을 돋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방선 푸른색 음식 당기면 간 나쁘다 진단



하지만 파란색이라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박광수 소장은 “유난히 청색 계열의 음식이 당기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음양오행에 따라 각 장기에도 색깔이 있다고 본다. 간은 청색, 심장은 붉은색, 위는 황색, 폐는 흰색, 신장은 검은색이다. 세계 또한 음양오행의 다섯 가지 색깔에 따라 돌아가는데, 각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면 해당 색깔의 음식을 찾아 기운을 보충하려 한다는 게 한의학계의 설명이다.



  예컨대 간이 좋지 않은 사람은 흰 쌀밥보다 팥이나 완두콩이 들어간 잡곡밥을 더 좋아한다 . 간은 푸른색 장기이기 때문에 푸른 빛깔의 팥(팥을 삶거나 우려내면 푸른 색이 남)·완두콩·푸른 잎 채소를 좋아한다는 것. 실제 이들 식품에는 간에 좋은 비타민 B2 성분이 많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겐 붉은색 접시에 담아 주면 식욕을 자극해 좀 더 많이 먹게 할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약하면 적색을 선호한다. 박광수 소장은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은 수수나 포도 등 적색식물로 만든 위스키·페갈·포도주 등을 즐겨 마시고 별 이상이 없는 사람은 맥주나 막걸리 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수·포도·대추·구기자 등 붉은 음식에는 심장과 혈액순환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



 항상 속이 미식거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단것을 주로 찾는다. 박 소장은 “단것이 주로 설탕(원래 노란 색깔)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는 한방에서 황색으로 본다. 박 소장은 “몸에 이로운 황색 식품인 단호박·기장쌀 등을 보충하면 위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폐·대장·코는 흰색으로 본다. 잡곡이나 콩밥보다 흰 쌀밥을 즐겨먹는 사람이다. 폐나 호흡 기능이 약한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양파·마늘·감자 등 백색 채소 식품을 많이 먹으면 좋다. 실제 이들 식품엔 항알레르기·항염증 기능이 탁월하다. 하얀 백도라지의 사포닌은 기침에 좋다.



 신장·방광이 약하면 검은색을 자꾸 찾는다고 한다. 검은콩뿐 아니라 목이버섯·김·오골계·흑염소 등의 음식과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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