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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보다 잘 가르치는 지방대 … 가나자와공대 비법

중앙일보 2012.02.06 01:54 종합 2면 지면보기
일본 가나자와공대 학생들이 ‘꿈의 방’으로 불리는 유메코보(夢考房) 실습실에서 태양열자동차 만들기 실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엔지니어 20명이 상주하며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도와준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에 있는 가나자와공업(金澤工業)대학은 1965년 개교한 4년제 특성화 사립대다. 공학부, 정보프런티어학부, 환경·건축학부, 바이오·화학부 등 4개 학부에 14개 전공이 있다. 신입생 1600명, 재학생 7000여 명의 조그만 이 대학의 지난해 취업률은 95.7%. 일본 750개 대학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아사히(朝日)신문 대학평가에서 7년 연속 교육분야 1위에 올라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정평이 났다. 고교 졸업생 중 상위 40%권 성적의 학생을 뽑아 기업에서 서로 데려가게 하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다. 2009년부터 160여 명의 교수 전원이 이 대학을 벤치마킹 중인 한국기술교육대학(총장 전운기) 연수단과 지난달 31일 가나자와공대를 방문했다. 학기말 프로젝트 발표와 기말고사가 한창인 캠퍼스는 설경(雪景)이 장관이었다. 이 대학에 40년간 몸담으며 개혁을 이끌어온 후쿠다 겐지(福田謙之·65) 사무총장을 만나 경쟁력의 비결을 들어봤다.

일본 대학 총장들 평가 7년 연속 1위



- 7년째 잘 가르치는 대학 1위에 올랐다니 놀랍다.



 “우리는 도쿄(東京)대나 교토(京都)대 같은 명문대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국 총장(학장)들의 평가 결과다. 교육으로 지방대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한국 언론 최초로 94년부터 대학평가를 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평가가 없으면 발전이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어떻게 가르치는데 그런 성과를 내는가.



 “선발경쟁보다 가르치기 경쟁에 승부를 건다. 솔직히 신입생 성적이 상위권이 아니어서 수학·물리 등 기초가 약하다. 그래서 기초를 다지도록 가르친다. 모르는 것은 언제든지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도록 수리공교육(數理工敎育)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중위권 학생들은 잘 가르치면 교육효과가 제일 좋다.” 센터에 가보니 머리가 희끗한 전직 수학·물리 교수들이 있었다. 개인 과외를 하듯 일대일로 칠판에 문제풀이를 해주다 보면 손주를 가르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 95년 개혁 전에는 존재감이 없는 대학이었는데.



 “국·공립 5개, 사립 7개 대학과 경쟁하는 가운데 학생수 감소 위기가 닥쳤다. 안주하면 영원히 삼류로 고착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래서 91년부터 스탠퍼드·칼텍·MIT 등 미국 공대를 벤치마킹했다. 이후 3년 동안 200차례 회의를 거쳐 95년부터 혁신에 나섰다.”



-무엇을 어떻게 뜯어 고쳤나.



 “처음엔 교수들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스트레스 주며 커리큘럼부터 손질했다. 1학점에 수업·예습·복습을 15시간씩 총 45시간으로 의무화했다. 교수들이 강의계획서를 시간 단위별로 짜게 하고 철저히 지키게 했다. 학생들도 그룹별로 팀을 만들어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실천하도록 독려했다.”



 프로젝트 발표회장에서는 학생들이 그룹별로 학년말 작품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었다. 태양광자동차·모바일 서비스 등 아이템도 다양했다. 동행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공학설계교육 시스템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일본도 취업난이 만만찮은데 96%가 직장을 잡는 비결은.



 “손재주 중심의 실기만 가르치면 창의력이 죽는다. 기초와 문사철(문학·사회·철학) 교육을 병행해보니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평범한 학생들의 반란이다. 일본 기업은 당장 실력이 좋아 보이는 학생보다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웃으며) 한국과는 다른 것 같다.”



 중앙도서관에는 인문학 책도 많았다. 특히 턴 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게실은 정서가 메마르기 쉬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느 곳에 취업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95.7% 중 절반이 대기업·상장기업·공무원으로 취업했다. 취업 담당 교원 65명을 두고 기업체에 홍보도 하고 있다.”



-공대는 실습이 중요하다. 기초에만 치중하면 실용에 소홀할 수 있다.



 “현장과 동떨어져 책만 읽는 교수는 경쟁력이 없다. 교수진 339명 모두 전임인데 절반 이상은 기업체 출신이다. 그런 분들이 노하우를 자연스레 전수하며 기초와 실용을 융합한다.”



 이 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인 후쿠다 사무총장은 일본 기업들은 출신 대학보다는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시한다고 했다. 그리고 방과후 실습실인 유메코보(夢考房·꿈의 방)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엔지니어 20명이 학생들의 작품 활동을 도와줘 전국 기능대회 입상자를 대거 배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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