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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버팀목은 시리아 해군기지 둔 러시아

중앙일보 2012.02.06 01:25 종합 12면 지면보기
4일(현지시간) 시리아 민주화 시위대 거점인 중부도시 홈스에서 시민들이 정부군의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 곁에서 추모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시리아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해 부결됐다. [홈스(시리아) AP=연합뉴스]


같은 시아파 계통 이란은 무기·생필품 공급

국제적 요인




바샤르 알아사드 (Bashar al-Assad·사진) 시리아 대통령이 한 고비를 넘긴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알아사드의 권력 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주된 이유는 미국 중심의 서방에 의해 중동 질서가 재편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랍의 봄 이후 힘의 균형이 깨진 중동에서 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리아 사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배경에는 철저한 자국 이익 보호라는 원칙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트레이스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는 “지중해 연안의 시리아 타르투스항에는 러시아의 해군기지가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지중해의 미국과 유럽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타르투스 기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련 붕괴 이후 베트남 등에 있는 해외 해군기지들을 모두 폐쇄했지만 시리아에만 남겨둔 이유는 그만큼 이 지역이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무기 판매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리아가 수입한 러시아산 무기는 약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 상당에 달한다. 알아사드가 물러날 경우 러시아로서는 무기 판매 차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시리아의 각 세력이 폭력을 멈추고 무고한 국민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시리아 정부에 일방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를 “중동에서의 자국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러시아와 한 배를 탄 이유다.



 AP 등은 알아사드 정권 유지의 또 다른 축으로 이란을 꼽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권의 소수파인 시아파가 지배하는 국가다. 중동에서 시아파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는 이란·이라크·바레인 등 3개국뿐이다. 이라크와 바레인은 이미 미국 등 서방의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의 경우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 정권이 통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이란은 시리아 지원에 적극적이다. 외신들은 “이란이 시리아 정부에 무기는 물론 적지 않은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알아사드가 석유 금수 조치 등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이란의 지원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독재로 인한 내전, 종파간 분쟁으로 변질시켜

국내 요인은




AP 등은 시리아 국내 상황도 알아사드의 정권 유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알아사드는 자신의 독재로 인해 촉발된 내전 상황을 종파 간 분쟁으로 변질시키면서 집권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리비아 반군의 구심점이었던 과도국가위원회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반정부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시리아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 특히 시리아의 반정부 세력은 리비아와 달리 모두 망명 상태로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어 국내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내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아사드 친위군이 반군보다 우세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탱크와 대포, 미사일 등 중화기 등을 친위군이 보유하고 있는 점은 알아사드의 퇴진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시아파들도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현 정부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대통령에 오른 1971년부터 2대에 걸쳐 시리아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외신들은 “시리아 사태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반정부 세력이 알아사드를 몰아낼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한 반면 알아사드 측도 반군을 소탕할 능력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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