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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모욕 준 학생, 상담만 하라니

중앙일보 2012.02.06 01:05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의회가 최근 발의한 교권보호조례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권 추락에 대비해 교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이지만 학생 상담 외에는 별다른 지도 방법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분석] 3일 발의 서울 교권조례 살펴보니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진보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3일 교권보호조례안이 발의됐다. 교원보호조례가 발의된 건 광주광역시에 이어 두 번째다.



 김형태 교육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조례안에 따르면 교권은 크게 ▶학생생활지도를 위해 필요한 권리 ▶교사 개인으로서 가지는 권리 두 가지로 규정된다.



 학생지도를 위한 권리로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를 모욕하고 학칙을 위반하는 경우 상담실·성찰교실 등에서 교육적 지도가 가능토록 했다. 또 학부모가 교사 지도를 방해할 때는 학교 밖 퇴거를 요구할 수도 있다.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문제 학생에 대해 전학이나 학교 재배정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 개인의 권리로는 ▶교원노조·단체 자유 가입 ▶학교운영 참여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지시 거부 등을 규정했다. 김 의원은 “교권보호조례가 제정되면 학생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는 교실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은 상임위를 거쳐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3월부터 서울 시내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조례안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례안 내용 중 현실적인 학생지도 수단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공립고 교장은 “성찰교실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고 전학 권고 역시 현행법상 학생이 거부하면 강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 고교 생활지도교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운동장 뛰기 등 훈육벌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조례안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도 반발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사회적 합의 없이 조례만 제정한다고 해서 학교 현장이 변하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세세한 학생지도 방식은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고 입법 과정에서도 교원·학부모 단체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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