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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겁낸 서울변호사회

중앙일보 2012.02.06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회장·부회장·감사 등 임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자격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다. 신규 가입하는 회원의 경우 10년 이상의 법조인 경력이 있고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사람에게만 피선거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젊은 변호사들이 “청년층의 목소리를 배제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변회(회장 오욱환)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선출직 임원 피선거권 등에 관한 회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찬성 1145표, 반대 70표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회칙 개정 내용은 ▶선거일 현재 신규로 가입하거나 등록 취소·휴업·소속 변경 후 다시 회원이 된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과 5년 이상의 변호사 개업 경력을 갖추지 못한 자에게는 피선거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개정 회칙은 기존 회원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변회의 피선거권 제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서울변회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조 경력이 10년 이상으로 개업한 지 5년 이상 된 변호사’만 피선거권을 갖도록 임원 선거규칙을 개정했다. 당시 규칙 개정에 반발한 젊은 변호사들이 “회칙에도 없는 내용을 하위 규정인 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규칙 개정안 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서울변회는 이번엔 아예 회칙을 고친 것이다. 서울변회 측은 “2012년부터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자격자들이 매년 1500여 명씩 배출된다”며 “다음 임원 선거가 출신별(사법연수원·로스쿨) 혹은 세대별 대립의 장이 될 개연성이 있고, 법조 경력이 일천한 회원이 회장에 당선됨으로써 단체 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회칙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변회 인권위원장 이삼(54) 변호사는 “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법조삼륜으로서 그 경력과 나이가 지방법원장이나 검사장과 비슷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력 제한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영희(41) 대변인 역시 “새로 배출되는 변호사들이 2~3년차가 됐을 때 수적 우위를 이용한 여론몰이로 회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다수 의견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모든 세대의 의견을 조화롭게 반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 변호사들은 “지난해 1월 회장 선거에서 나승철(35) 변호사가 예상을 깨고 2위를 기록하자 변회 측이 제2, 제3의 ‘나승철 바람’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나 변호사는 “신규 변호사 수를 매년 1500명씩만 잡아도 10년 후엔 1만5000명에 이를 것”이라며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의 60% 정도가 피선거권을 제한받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변회 회원 수는 7400여 명으로 전체 변호사(1만1000여 명)의 67%에 이른다. 선출직 임원이 되면 변호사 징계, 변호사회 운영 등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게 된다. 회장과 부회장에게는 매달 수백만원의 판공비가 지급된다.



채윤경·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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