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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삼형제’라뇨 알고 보면 ‘귀요미’인데 …

중앙일보 2012.02.06 00:28 종합 29면 지면보기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의 감초 ‘찌질이 3인방’이다. 왼쪽부터 유학간 자식들 학비 대느라 등골이 휜 성형외과 의사 무성, 딱 한 권 출간된 만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만화가 우현, 험상궂은 얼굴의 백수지만 알고 보면 살림의 달인 상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꼭 조용필의 노래만 그런 건 아니다. 여기,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 남자가 있다.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하숙생 3인방



 한 명은 만년 백수로 결혼도 못한 채 누나 집에 얹혀 살고, 다른 한 명은 ‘억울하게’ 생긴 탓에 매번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또 한 명은 외국으로 유학 보낸 두 자식의 학비를 대느라 삼각김밥과 소주 한 병으로 저녁을 때운다. 이 넓은 서울 땅에서 이들 ‘찌질한’ 세 남자가 다리 뻗고 잘 곳은 혜자네 하숙집뿐이다.



 JTBC 일일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월~금 오후 8시 5분)’의 하숙생 3인방 우현(48), 최무성(44), 오상훈(46)은 팍팍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남성들의 애잔한 얼굴이다. ‘찌질이 3인방’ ‘못난이 3인방’으로 사랑받고 있는 세 남자를 2일 서울 순화동의 한 술집에서 만났다. 우리네 아빠들이 술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풀 듯, 세 남자는 세트 촬영이 끝난 매주 목요일 밤 함께 회식을 한다.



 “셋이 찰떡 궁합이 됐어요. 처음엔 모두 인상이 험악하니까 서로 경계했는데 세 명을 한 공간에 계속 몰아넣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들은 김석윤PD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 함께 출연한 인연으로 ‘청담동 살아요’에도 캐스팅됐다. 김PD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페이소스가 묻어있고, 진지함과 코믹함을 둘 다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을 골라냈다. 이들은 자신의 배역처럼 생활인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었다.



하숙집 주인 혜자(김혜자)가 묵은 김치를 처리하려고 만든 만두를 계속 내놓자 당황하는 3인방.
 ◆‘노안(老顔)’이 고맙다=맏형인 우현은 “최근 2~3년간 배역이 없어 백수생활을 한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라며 웃었다. 그는 김석윤 PD와 ‘올드미스 다이어리’(2005)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슬랩스틱이나 유행어로 억지 웃음을 주지 않으면서 상황으로 재미를 만드는 김 감독의 팬”이라고 했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우씨는 마당극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연기에 발을 들였다. 개성 있는 얼굴로 단 1분을 출연해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극중에선 할아버지라고 놀림받지만, 사실 ‘노안’이기 때문에 배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 이 얼굴이 고맙다”고 했다. 얼굴 이야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최무성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형의 얼굴은 잘 보면 동안이다. 소년의 표정이 있다. 자꾸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얼굴이다.”



 ◆‘기러기 아빠’ 마음 잘 알아=최무성은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험상궂은 살인마 역을 잘 소화한 것이 김 감독의 눈에 띄었다. 우현은 무성에 대해 “회심의 캐스팅”이라며 “뒷모습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줄 아는 훌륭한 연기자”라고 칭찬했다.



 무성은 청담동 성형외과 의사와 돈이 궁한 기러기 아빠 사이에서 양 극단을 오가는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도 기러기 아빠”라며 “부인과 아들이 속초에 따로 살고 있다”고 했다. 무성은 이 역할을 위해 살을 찌우고 수염을 길렀다. 그는 “혜자네 집은 무장해제가 되는 공간이다. 가장으로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편한 집에 들어와 까불고, 장난치고, 노는 모습은 실제 내 모습과 닮았다”고 했다.



 ◆18년 단역생활 청산=노점 상인, 나이트 손님, 목욕탕 건달, 조폭 부하…. 오상훈이 지난 18년간 맡은 배역의 이름이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대사가 많은 역할을 맡았다. “촬영장에 오는 것이 정말 행복한데, 언제 또 잘릴지 몰라 늘 불안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상훈은 자신이 극중 ‘박상훈’역과 100%로 닮았다고 했다. 그는 “험상궂은 인상 때문에 불심검문을 자주 당해 신분증을 꺼내놓고 다녔다”며 “살면서 한 번도 시비를 건 사람이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어머니가 못난 아들 때문에 아직도 공공근로를 다니신다. 이번 역할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술자리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시트콤의 배꼽 빠지는 애드리브는 이런 술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들은 “‘찌질이 3형제’가 아니라 ‘귀요미 3형제’로 사랑받고 싶다. 보면 볼수록 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효은 기자





‘찌질이 3인방’의 말말말



무성 : 이 몸뚱이가 내꺼기만 하면 이렇게 안 챙겨요. 가장의 몸이니까. 내가 안 벌면 미국에 있는 우리 애들 학비도 못 주고, 마누라 차에 기름도 못 넣어서 걸어 다녀야 해요. (가족들은 아빠가 이렇게 고생하는 거 알아요?) 알아달라고 하는 건가요. 안 알아줘도, 서운해도, 아빠니까.



 -원래 몸을 잘 챙기냐는 친구의 질문에 .



 무성 : 후배 밑에서 일하고 있는 서러움, 돈 없어 쪼그라든 배포, 덩달아 주눅든 내 위장. 떡도 아니고 떡고물 먹다 얹혀보긴 난생 처음이다. 진짜 한번만 확 울어봤으면 좋겠다. 소리 내서 엉엉.



 -후배의 병원에서 일하는 고충을 토로하며.



 우현 :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학교 앞 분식점에서 선생님이 친구들과 만두를 사줬다. 꿀맛이었다. 난 터진 것만 골라먹었다. 차마 멀쩡한 것을 먹을 염치가 없었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우현이 꼭 터진 만두 갖지 않니?” 라고 했다. 존재감 없던 나를 한 순간에 웃긴 놈으로 만든 순간이었다. 난 그 말이 좋았다. 터진 만두. 그 뒤로 나는 터진 만두를 사랑했다.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외모 때문에 놀림 받았던 것을 기억하며.



 무성 : 우리 초등학교 때는 겨우 한글 떼지 않았어?



  우현 : 2학년 때 구구단 외우면 천재 소리 들었지.



  상훈 : 그러니까 애들이 학원 안 다니고 배겨? 우리 초등학교 2학년이면 어디 안 아프고 건강한 것만 해도 감사했지.



 -사교육 현실을 개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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