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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필수’만든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 역사 기행

중앙일보 2012.02.06 00:02 종합 35면 지면보기
지난 4일 중앙대 역사 답사 팀이 군산대 박물관을 방문해 이 지역에서 발굴된 석기시대 토기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안국신 총장, 김종수 군산대 교수, 장규식 중앙대 교수, 박용성 이사장. [손국희 기자]



군산·전주 등 2박3일 답사

지난 4일 전북 군산 개정동에 있는 고(故) 이영춘(1903~1980) 박사의 가옥(구마모토 농장). 중앙대 박용성(72) 이사장과 안국신(65) 총장이 낡은 가옥 안으로 들어섰다. 여러 사람이 들어서자 일본식 목조 가옥은 ‘끼익’하는 소리를 냈다. 이영춘 박사는 농어촌 의료환경 개선에 힘쓴 의사이자,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영아원을 설립한 자선사업가다.



 안 총장은 가옥 내부를 돌아보며 “그간 우리나라는 좌우로 나뉘어 자기만 옳다는 주장만 했지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나 균형 잡힌 시각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용성 이사장이 “낡은 가옥을 수리하듯 우리가 한국사의 균형을 잡아가면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 대학 이사장과 총장이 직접 군산의 낡은 가옥을 찾은 건 올해 3월부터 중앙대가 신입생 44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를 필수과목(2학점)으로 가르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국내 대학 가운데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건 중앙대가 처음이다. 이번 답사는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기에 앞서 근·현대사 격변의 현장을 몸소 느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박 이사장과 안 총장 등은 3일 충남 강경포와 논산, 4일 일제강점기 시절 호남 최대의 상업도시인 군산, 5일 동학과 민중종교 운동의 중심지인 전주를 방문했다.



 박 이사장은 “사업차 군산에 수십 번 내려왔지만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되새겨 보기는 처음”이라며 “학생들이 좌우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 잡힌 역사적 시각을 가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장규식 교수(역사학과)는 “과거 국가와 민족 중심의 역사가 아닌 지역과 문화 중심의 역사를 배울 때가 됐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다양함을 배우기 위해 지역 답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여행 내내 박 이사장을 비롯한 교수들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구마모토 농장의 일본인 지주가 수집한 발산리 석등과 오층석탑 등 역사 현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사진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박 이사장은 “두산 대백과 사전에 실린 사진 중 일부는 내가 찍은 것”이라며 “교재 제작에 사진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양학부대학장 조숙희 교수는 “한국사 교수진들이 편견과 성향에 관계없이 균형 잡힌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세부 가이드라인 지침을 마련했다”며 “현재 16개 강좌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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