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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스포츠맨답지 않은 축구협회장

중앙일보 2012.02.06 00:02 종합 36면 지면보기
한용섭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1년 예산이 1000억원을 넘는다. 체육 단체 중 가장 큰 규모와 조직이다. 하지만 축구협회를 끌어가는 조중연 회장은 조직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감이나 윤리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한축구협회 노조는 축구협회가 횡령과 절도 등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게 1억5000만원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을 폭로했다. 파장이 커지자 위로금을 준 김진국 전무가 사퇴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퇴직한 직원이 협회 비리를 폭로하려 했고, 이를 입막음하기 위해 거액을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뒷받침하는 각서도 확인됐다. <본지 2월 3일자 16면>



 결국 대한체육회가 닷새간의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김 전 전무를 형사 고소하고 퇴직 위로금 1억5000만원을 환수할 것을 지시했다. 그간 모르쇠로 일관하며 뒤에 숨어 있던 조 회장은 그제야 기자회견에 나왔다. 하지만 자기 변명과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회견이었다.



 조 회장은 1억5000만원의 위로금에 대해 “지난해 말 대표팀 감독 교체 등으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지급한 걸로 판단된다”고 했다. 위로금 지급은 사퇴한 전무가 결재했고, 인사위원회가 끝난 후 지급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국 전 전무에 대해서는 “부하 직원이었기에 고소하기 어렵다. 체육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요령부득이고,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발언이다.



 과거 기업인 출신 축구협회장은 무보수로 일했다. 조 회장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게다가 조 회장은 내년 회장 선거 재출마 계획을 묻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면 충분히 알지 않겠느냐”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당시 조 회장은 단장이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단장 책임론’도 제기됐다. 이때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했던 조 단장은 귀국 후 전무이사직을 유지했고 부회장을 거쳐 지금 대한축구협회를 맡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축구는 위기다. 지난해 승부 조작 사건에 이어 8연속 월드컵 진출이 절체절명의 고비를 맞았다. ‘국기(國技)’라고 할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던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중이다. 조 회장은 스포츠맨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언가를 생각해야 한다. 당당한 모습, 아랫사람과 후배들의 책임까지 스스로 떠안는 흔쾌한 모습 아니면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 이는 고사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하고, 교묘한 말 바꾸기를 계속해서야 되겠는가?



한용섭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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