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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유로존 위기, 성장으로 풀어야

중앙일보 2012.02.06 00:02 종합 37면 지면보기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외교정책 대표
2008년 말부터 시작됐던 유럽발 경제위기가 통상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경제적 타격이 이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은 유럽만이 아니다. 장기 실업과 대중의 불만은 사회의 응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민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정치적으로는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이런 상황에서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유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 성장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물론 어떻게 이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긴축정책을 옹호하는 이들은 부채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은 침체기에 긴축재정을 펼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부채 규모를 키우는 것은 오히려 긴축정책으로 인한 저성장이라고도 한다.



 정답이란 없지만 어떤 경우에도 긴축정책이 불러올 부정적 효과를 무시하기 힘들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공 지출을 지나치게 줄이면 이는 곧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미미하다.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과다 지출 때문이 아니라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임시 조치 때문이다. 경기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거나 민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거의 없다. 하지만 지출 축소는 경제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공공 부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를 통해 국가가 사회 인프라 개발이나 공공 서비스 등 공공 부문에 대한 투자 비용을 미래 세대와 함께 부담한다는 경제 관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도 이런 공공 부문 투자로 혜택을 받게 된다. 부채는 세대 사이의 결속을 제도화하는 메커니즘인 셈이다. 문제는 빚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한도 안에서 생산적인 투자에 자금을 대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자를 내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불길한 징조는 1929년 대공황 때 있었던 것과 같은 주장을 지금 긴축정책 옹호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반복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정치 지도자들은 경제 상황이 사회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는 상황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두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 세계적으로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불균형을 해결하고, 독일과 같은 흑자국의 수요를 늘리기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흑자를 내는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이 오랫동안 경기 위축을 겪게 될 경우 세계적인 경제 침체라는 진정한 위험이 한 번에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년 전 위기 때에는 이런저런 방법을 써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을 것이다.



 유로존 차원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과 효율적인 공공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단기간에 수요를 늘리고 경제성장을 꾀할 수 있는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같은 맥락에서 이행한 조치들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장 구조개혁에 착수할 국가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그랜드 바겐이 필요하다.



 세계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가적 우선순위를 잘못 정하면 모두에게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긴축정책은 잘못된 데다 효과도 없을 것이다. 잘못된 개념이 경제를 망치게 둬서는 안 된다. 전 유럽은 단기적 성장 정책에 합의하고 이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외교정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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